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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정당 이미지 벗기…지도부 성향도 한몫
보수정당 한나라당, 연일 재계 때리기 왜?

골목상권 파고들기 등 반발

선거前 ‘등돌린 민심’ 감안

黨 친기업 색깔 희석효과

쇄신파 목소리 확대 영향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연일 대기업을 때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황우여 체제 출범 이후 달라진 원내지도부의 색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벌ㆍ대기업에 대한 여당의 견제는 일정 부분 청와대와의 교감속에서 말 뿐이 아닌 각종 법률안 제개정 형태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 “재벌, 한게 뭐 있나”=여당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4ㆍ27재보선에서 드러난 등돌린 민심이 촉매제가 됐다. 대기업의 무차별적 골목상권 파고들기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편법세습 등은 재벌에 대한 서민과 자영업자의 거센 반감을 불렀다고 내부 판단하고 있다.

특히 MB노믹스에 대해서도 ’완전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MB정부는 그동안 각종 규제완화와 고환율, 법인세 감면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인했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는게 한나라당의 정서다. 대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늘리면서 배를 불렸지만, 서민들의 삶은 점점 악화됐다.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진 셈이다. 대기업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와도 일정 정도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벌 길들이기를 위해 여당은 친기업 색깔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는가 하면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검토와 고환율 정책에 대한 재고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협의에서 “4월부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4%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라며 고환율 정책 재고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재정과 세제 정책을 일자리 창출방향으로 검토하고 대기업 편중 지원 논란이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도 고용창출을 유인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 역시 “누가 시장주의 하지 말자는 것이냐, 다만 과거 시장만능주의로는 이제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성향도 한몫=여당이 재벌 때리기 수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가 달라진 원내지도부 성향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둘다 판사 출신으로, 성장보다 ‘경제정의’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386출신의 정책위 부의장단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과거 성장주의에 초점을 맞춘 경제관료들이 정책라인에서 배제됐다.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은 한나라당의 친서민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 강령에 다 나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강령에는 ‘대기업에 의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과 하도급 횡포를 엄단한다’(3조),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전문직업인의 애로를 해소한다’(5조) 등으로 돼 있다. 한나라당이 변한 게 아니라 강령을 실천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기조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대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법세습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당내 쇄신파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지도부의 성향과 맥을 같이한다. “자기 기업과 가족만 위하는 대기업의 이기적 태도가 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남경필), “재벌개혁은 한나라당이 ‘부자정당’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정두언), “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얘기하지 않느냐”(정태근) 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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