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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맹이없는 민생회담… FTA·등록금·추경 이견만 재확인
6·27 회담이 남긴 것은…
李대통령, FTA 협조요청

손학규 ‘재재협상’ 팽팽

등록금도 타협점 못찾아


저축銀·가계빚·일자리 등

공감대 형성 ‘원칙적 합의’


여야간 공방 길어질땐

정국 급랭 장기화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6ㆍ27 민생 회담’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쟁점현안에 대해 서로 간의 이견만 확인한 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2008년 5월과 9월 등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민주당 대표 회담’이 사실상 성과없이 끝난 만큼, 양측은 이번 회담의 성과 도출을 위해 막판까지 의견을 조율,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사태, 일자리 창출 등 민생 현안에 여야가 최대한 협조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ㆍ미 FTA와 대학 등록금, 추경편성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회담의 최종 성적표는 향후 정치권의 대응 방향 등에 따라 유동적인 입장이다.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공방이 길어질 경우 자칫 정국 급랭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 간 회담은 이날 아침 7시30분부터 조찬을 겸해 2시간5분여에 걸쳐 이뤄졌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회담은 지난 13일 손 대표의 제안을 시작으로, 21일 양측이 최종 일정과 의제 선정에 합의를 이루고 모두 네 차례 사전 조율을 거친 끝에,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2년9개월 만에 재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쟁점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에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민생정치를 펴기로 한 점을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3대 쟁점사안, 이견 못 좁혀=한ㆍ미 FTA와 대학등록금, 추경편성 등 회담 전부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3대 난제’에 대해서는 결국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한ㆍ미 FTA에 대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손 대표는 양국 간 이익균형이 크게 상실되어 ‘재재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등록금 대책도 이 대통령은 대학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하 병행 방침을, 손 대표는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시행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쳐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또 추경편성에 대해서는 손 대표가 하반기 등록금 부담 경감과 구제역 피해복구, 일자리 창출, 태풍으로 인한 재난대책을 위해 정부에 추경편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국가재정법상 추경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축은행ㆍ가계부채ㆍ일자리는 원칙 합의=양측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원인에 대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여야가 최대한 협조한다는 원칙적인 합의안을 내놨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또 8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와 서민생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고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손 대표는 침체된 내수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청와대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 역시 서민경제를 위해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춘병ㆍ안현태 기자/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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