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시승하면서 다양한 환경을 시험해보지 못한다는 건 항상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르노삼성 뉴QM5 시승은 꽤나 값진 경험이 됐다.

태풍을 동반한 악천후와 쉴 새 없이 핸들을 돌려야 하는 대관령 굽잇길. 일반 운전자라면 최악과 다름없지만, 시승만 놓고 보자면 황금과도 같은 기회다. 게다가 르노삼성은 뉴QM5의 핵심으로 세단과 같은 편안함을 꼽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과연 편안함을 내세울 수 있을 지, 험한 빗속을 뚫으며 뉴QM5를 직접 몰아봤다.

시승코스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출발해 대관령 굽잇길, 하조대, 오대산 진고개를 돌아오는 146㎞ 구간. 시동을 걸고 시승 코스를 오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차량의 ‘조용함’이다. 고속, 저속을 오가며 동승자와 쉴 새 없이 얘기를 나눴지만, 소음에 대화가 방해된 적은 없었다.

디젤 차량이란 점까지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준이다. 악천후에 강풍이 부는 가운데 고속 주행을 시험할 때도 외부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뉴QM5에 후드 인슐레이션, 차음 윈드실드, 플로어 인슐레이션, 소음 차단용 발포 폼 등을 적용해 차량의 정숙성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정숙성이 세단과 같은 특징이라면 SUV 특유의 강력함도 눈길을 끌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니 무리 없이 빠르게 120㎞/h 내외까지 속도가 올라갔다. 빗속 운전이기에 안전상 더 속도를 올리진 않았지만, 최소한 일반적인 수준의 고속까진 무리없이 힘을 내뿜었다. 뉴QM5 2.0 dCi 엔진(디젤, 2WD 기준)은 최고출력 173마력, 최대토크 36.7kgㆍm를 갖췄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나 커브길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특히 유턴에 가까운 커브길을 수차례 지났지만, 차량이 쏠리는 느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르노삼성은 뉴QM5를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고 불렀다. SUV에서 세단과 같은 편안함을 겸비했다는 의미다.

연비도 뛰어났다. 오르막 내리막길이나 언덕길이 다수를 차지했던 시승코스를 달렸음에도 연비는 11㎞/ℓ 내외를 기록했다. 뉴QM5의 공인연비는 15.1㎞/ℓ로 1등급을 달성했다. 악조건의 시승 환경을 고려할 때 공인연비 수준의 운전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숙성, 승차감, 연비 등을 고려할 때 르노삼성이 목표로 삼은 ‘세단과 같은 편안함’은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기존 QM5와 큰 차이가 없는 듯한 외관 디자인이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그릴 디자인 등에서 변화가 생겼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고객이라면 다소 밋밋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물론 기존 QM5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일 뿐, 기존 디자인에 만족을 느꼈던 고객이라면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가격은 2300만원대부터 3200만원대로 책정됐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