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열린 ‘민생 회담’에서 대학등록금 인하 대책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등 핵심쟁점 현안에 대한 서로 간의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당ㆍ정ㆍ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손 대표와의 회담을 통해 야당의 의견과 입장을 확인한 만큼 더 이상 민생 현안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ㆍ정ㆍ청이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후속 조치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은 27일 밤 9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ㆍ정ㆍ청 9인 회의’를 열고 대학 구조조정과 한ㆍ미 FTA 대(對)야 설득을 골자로 한 후속 조치 방안을 모색했다.
당ㆍ정ㆍ청은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담 시 공감대를 형성한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재정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당장 반값 등록금 실현이 쉽지 않은 만큼 순차적인 등록금 완화 방안 마련과 함께 대학 구조조정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에 초점을 맞춰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회의 참석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사립대학 구조조정특별법 등 대학 구조조정에 필요한 입법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면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국ㆍ공립대학 정원 감축과 부실 대학 재정지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ㆍ정ㆍ청은 또 이 대통령과 손 대표 간 이견이 가장 첨예했던 한ㆍ미 FTA 비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비준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더욱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 쪽에도 FTA 찬성론자들이 적지 않고 재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비준에 동의할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 의회가 8월 이전에 FTA 법안을 처리한다면 국회 안에서도 비준 동의안 처리에 관한 여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ㆍ정ㆍ청은 이어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가계 부채와 저축은행 사태, 일자리 대책 등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당과 정부가 필요한 후속 대책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대학 등록금과 한ㆍ미 FTA에 초점을 맞춰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6월 국회 마무리 단계에서 주요 입법의 원만한 처리를 위한 대책도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으며 정부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 총리실장, 당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다른 일정이 겹쳐 불참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