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1) CJ그룹 회장. 그에겐 이름에 붙는 수식어가 별로 없다. TV 등 매스컴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호사가들로부터 ‘운둔의 황태자’라는 말을 듣는 게 고작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외부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우쭐대는 스타 의식도 없이 오직 일과 꿈을 향해 회사 경영에만 전념한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에서 바라보는 이 회장은 이미 스타 중의 스타이며 탁월한 경영인이다. 그가 이끄는 CJ그룹은 매년 취업하고 싶은 직장 1, 2위를 다투고 글로벌 성장 가능성도 손에 꼽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CJ제일제당은 어느새 재계 20위권의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재현 회장에겐 커다란 꿈이 있다. CJ그룹을 창립 60주년인 2013년 글로벌 38조원, 2020년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최근 ‘2013년 Global CJ, 2020년 Great CJ’ 슬로건을 내걸고 10년 만에 CI 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글로벌 청사진 아래 밑그림을 하나둘씩 그려가고 있다. 27일 본입찰에 들어간 대한통운 인수건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아시아 넘버 원의 물류망을 완성한다는 게 이 회장의 청사진이다.

하지만 그 꿈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지원사격을 요청했던 삼성이 정반대의 태도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적으로 나섰다. 이 회장은 대한통운을 놓고 삼촌인 이건희 삼성 회장,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양측 모두 물류 부문을 미래형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하고 있어 대한통운은 놓칠 수 없는 카드. 삼촌인 이건희 회장의 입김이 없고서는 삼성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이 회장은 더욱더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아버지 대의 불화가 아들 대에까지 미쳐, 가문 내 싸움이 됐다는 세간의 비판도 당장은 흘려들을 수밖에 없다. 거대 삼성그룹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단순히 물류기업 인수ㆍ합병(M&A) 수준이 아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02년 CJ그룹 지휘봉을 잡았다. 회장 취임 10년을 목전에 둔 이재현 회장에겐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이 책임경영 10년을 평가받는 사실상의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