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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황당한 ‘떼쓰기’…임단협 산 넘어 산
현대車 노사 올 임단협 난항 거듭
퇴직금누진제·자녀가산점…

무리한 요구 노조서도 이견


사측 ‘단협 제1조’ 삭제 제안

노조, 교섭권 장악위해 거부


원칙 무시한 정규직 이기주의

합의돼도 심각한 사회적 비난


현대자동차 사측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요구안에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노사가 잠정 목표로 정한 여름휴가 이전 협상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측 “노조안에 무리한 내용 너무 많다”=현대차 노조는 단협 요구안을 마련하면서 노조 설립 이후 사상 처음 축조심의를 진행했다. 축조심의란 이전 협약의 모든 조항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심의하는 것으로, 사실상 기존 단협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올 9월로 예정된 차기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를 견제하려는 현장조직이 무리한 내용을 현장발의 형식으로 요구안에 대거 포함시켰다. 그 결과 이미 폐지된 퇴직금 누진제 도입,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또는 25년 장기근속자 자녀 가산점 부여, 재직 중 직원 사망 시 업무 연관성 여부와 관계없이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1인 우선 채용, 일시금 및 성과금을 평균임금에 포함, 대학교 학자금이 면제 또는 무상인 경우에도 학자금 지원 등 상식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요구안에 상당수 반영됐다.

이 중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 퇴직자 또는 25년 장기근속자 자녀들은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조항 신설건은 ‘고용세습’이라는 사회적 저항에 부딪혔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조심스런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퇴직금 누진제도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노조가 매년 장기 근속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누진제와 맞먹는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현대차 노조는 올 임단협 과정에서 ‘2년 이상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듯한 모양새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규직 기득권을 유지ㆍ강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도 무시한 일방적 주장에는…=현행 현대차 단협 제1조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1일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과반수 조합원을 보유한 노조 또는 노조 간 협상을 통해 꾸려진 대표단이 교섭권을 갖는다. 따라서 현대차 단협 제1조는 법에 위배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삭제 또는 수정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해서도 사측은 그동안 노조활동으로 인정됐던 회계감사 기간, 상급단체의 각종 회의 및 교육행사, 기타 노사합의한 사항을 법시행 취지에 맞춰 삭제하자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현행법을 무시하고 오히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 시 투표 참여를 유급으로 인정해줄 것을 역으로 제안했다.

또 현대차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일시금과 성과금을 평균임금 적용항목에 반영하자는 것도 법과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이와 관련된 판결에서 대법원은 일시금이나 성과금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고, 현대차 노사도 이에 따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성과금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면 퇴직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생각에서 떼를 쓰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노사 간 임단협은 법과 원칙을 전제로 합리적인 주장을 내세워 관철시키는 절차여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무리한 주장은 합의도 어렵겠지만 설사 관철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비난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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