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글로벌센터장 앨런 팀블릭
운전중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는데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옆 차선 버스기사가 엔진을 끄면서 나는 소음이었다. 처음엔 실수로 꺼진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다른 버스기사들도 일제히 엔진을 끄고 있었다. 서울 버스기사들에게 교통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엔진을 끄는 것은 마치 규칙처럼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가.
많은 사람들이 엔진을 다시 켜는 것이 에너지가 더 소비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동을 켜 놓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끄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의 엔진은 그렇지 않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정차시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는 시스템까지 장착되고 있다.
사실, 나는 지난해 공회전 줄이기 1인 캠페인 활동을 했다. 해외 도시 중에는 내가 벌인 캠페인보다 더 성공적인 사례가 더 많다.뉴욕도 그 중 하나다. 뉴욕의 한 지역에서 자동차 공회전 제한시간은 1분이다.
서울시도 공회전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례가 있어도 시민들이 모르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엔진을 오래 켜 두지 말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시간 넘게 시동을 켜놓고 상사를 기다리는 운전기사를 본 적도 있다. 차 주인이 차를 탔을 때 차 실내 온도가 따뜻하거나 시원하지 않으면 노여워해서일까. 그런 노여움이 내 논리적인 설득을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차 주인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캐나다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회전 상태를 1분 이상 줄이면 국가당 연간 6억3000ℓ의 휘발유를 절약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를 연간 140만t 줄일 수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렇게 되면 지구온난화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운전 중 공회전 시간을 5분 줄이면 약 4㎞를 더 운행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 1인 캠페인은 아닐 것이다.
어느날 주차장에서 한 운전자가 엔진을 켜 놓은 채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는 적어도 5분 이상 지속됐다. 나는 결국 그 사람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물어봤다.
“얼마나 더 시동을 켜 놓으실 건가요?”
나처럼 외국인인 그 운전자는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간섭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1인 캠페인을 포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보전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것 같다. 멀리 떨어진 북극에서 빙하가 급속히 사라지는 현상을 눈 앞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의문이다. 누구의 일도 아니라면 결국 누구의 일인가.
한국은 대중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큰 나라다. 설령 긴 시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이라 해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을 벌인다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