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스타일
초등생 불평도 귀담아 듣고기내 엔터시스템 개선
변화·혁신 몸에 밴 ‘IT통’
‘페이퍼리스’보고 익숙
작년 창사이후 최대실적 견인
경륜·리더십 축적이 과제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의 경영스타일을 논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우리 나이로 36세에 불과할 만큼 젊은데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회사 업무를 시작한 지 7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성장 잠재주(株)다.
그럼에도 조 전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대한항공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주도하는 데는 그가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30대 중반의 나이답게 형식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고 정보통신기술(IT)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 개선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조 전무는 틀에 박힌 것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대규모 프로젝트성 업무를 추진할 때 형식적인 조직을 구성하기보다는 현장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실무진을 참여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격식을 갖춘 회의보다 메모 형식의 e-메일을 수시로 주고받는 ‘페이퍼리스’ 보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바탕을 갖춘 셈이다.
조 전무 역시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3세 경영인과 마찬가지로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한진정보통신 차장으로 입사한 지 약 2년반 만에 부장이 됐고,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임원인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08년 상무B, 그 다음해인 2009년 상무A를 거쳐 올 1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고 성과없이 시간만 보내다 승진한 것은 아니다. 2006년 1월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팀장을 맡아 2년반 정도 업무를 진행할 당시 납품업체 물건 외에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에 더욱 주목함으로써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물건을 제대로 사려면 시장에 나가봐야 한다는 현장 중시 경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입을 모은다.
젊은 경영인답게 IT에 대한 지식도 조 전무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진정보통신 기획업무를 떠나 2004년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확장성을 중시한 그룹웨어 도입을 추진해 성과를 남겼다. 또 기내에 동승했던 초등학생 승객이 항공기 내에서 제공되는 게임이 너무 재미없다고 불평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기내 엔터테인먼트시스템(IFE)을 전면 교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뿐만 아니라 조 전무는 대한항공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가 2009년 1월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았을 때 항공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2008년 하반기 불거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 원화약세 등이 겹치면서 국내외 고객들의 여행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탓이었다.
그때 여객사업본부장이었던 조 전무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함께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발 외국행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해외에서 답을 찾기로 한 것. 미국과 아시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 환승수요를 대거 유치하는 전략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던 당시 대한항공은 1334억원 흑자를 달성하며 글로벌 항공사 순위가 전년보다 네 계단 뛰어오른 13위에 랭크됐다. 숙원인 글로벌 톱10 문턱까지 다가선 셈이었다. 실적호전은 이듬해에도 이어져 작년 대한항공은 11조4592억원 매출에 1조1192억원 영업이익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항공사 경영을 위한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후 올 초 전무급인 경영전략본부장에 취임한 조 전무는 이후 핵심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스페인 아마데우스사와 신여객시스템 도입 계약을 했고 지난달에는 캐나다 봄바디어 사와 CS300 신형 항공기 구매 의향서를 체결했다. 또 ‘세계 항공 업계를 이끄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중대형 항공기 객실 명품화 프로젝트에서 A380 차세대 항공기 도입까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진행해오고 있다.
한진그룹 전 임원은 “경험과 나이 등을 감안할 때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전체를 이끌 리더가 되기까지 조 전무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지금까지는 무리없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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