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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복수노조 ‘靜中靜’ 왜?
삼성·SK·포스코 등 초긴장

복지강화 맨투맨 설득

우려했던 복수노조 아직은…


섣불리 행동했다 찍힐라

직원들도 조심 또 조심


하반기 새지도부선출 노조

최대한 양보얻기 사측 압박

경영진 복지부담 가중 2중고


이달 들면서 국내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인 A 상무의 하루는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끝난다. 생산라인 직원들을 수시로 만나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결과를 경영진에 보고하는 게 그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가 근로 및 복지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노조가 없어도 노사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은근슬쩍 내비치는 것도 그의 임무 중 하나다.

A 상무는 “계열사 중 처음 복수노조가 설립되는 사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대로 근로자 측에선 “확실히 세를 규합해 조직화된 상태에서 노조 설립을 신청하지 않고 3, 4명으로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되레 요주의 인물로 배척당할 수 있어 섣불리 노조설립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 7월 1일 단일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이날 하루동안에만 전국 76개 사업장에서 노조설립 신고가 이뤄졌다. 버스ㆍ택시가 44개 사업장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일반업종도 32개사나 됐다. 여기에는 발전3사(남부, 서부, 남동)와 서울도시철도공사, KEC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관심을 끌었던 삼성, SK, LG, 포스코 등 노조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대기업은 물론 현대차, 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조합원을 거느린 사업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 포스코 등에서 복수노조 설립 시도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직원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특히 사측이 복지를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 것이 효과를 나타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가 이들 대기업 내 노조 설립을 공언하고 있지만 파괴력을 내비칠 수 있는 만큼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노조 설립 움직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명~수십명 규모의 인원으로 노조를 세울 경우 상급단체의 영향력을 의심케 하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ㆍ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소극적인 것은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창 사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면 노조의 교섭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하반기 노조 지도부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식적인 지부장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섣불리 복수노조 설립을 강행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현장 조직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기업 내부에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휴가철에 사용할 수 있는 국내 관광상품권 20만원, 추석 때 지급키로 한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등 총 4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지급키로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기업이 앞장선다는 차원에서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임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만만치 않은 부담을 떠안았다. 올 9월 치러지는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노조가 사측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을 대거 2011년 임단협 요구안에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현 지도부는 지부장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장 조직들에 복수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사측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노조가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회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내부에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가시화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직ㆍ간접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상ㆍ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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