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2사단 강화도 해안 초소 생활관에서 4일 낮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김모 상병이 K2 소총으로 동료 부대원을 쏴 부사관 등 4명이 사망하고, 김 상병과 이를 말리던 후임병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우리 국군의 최정예인 ‘귀신 잡는’ 해병이 왜 생사를 같이해야 할 동료에게 총부리를 겨눴는지 안타깝고 끔찍하다.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육군 GP의 총기 난동에 따른 8명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병영 문화 개선과 총기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다.
사고 경위는 더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대낮에 근무지를 이탈, 총기보관함에서 소총과 탄약, 수류탄을 탈취해 동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은 전형적인 군기 문란이다.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인격 모독 등에 따른 자격지심, 자아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군 지휘관들의 병영 내 악습과 불합리한 관행 묵인, 신상필벌 미흡, 무기고 등 근무 규정 미준수 등도 사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고 당일 가해자인 김 상병의 소대장 면담 기록에 비추어 ‘관심 사병’ 관리에 허점이 없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또한 최근 해병대 명예 및 위상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 사고 발생 생활관의 상급부대인 전임 해병대 2사단장과 해병대 부사령관이 지난 5월 진급 로비 추문에 휘말려 구속됐고, 지난달엔 백령도 해병 6여단에서도 총기 사고로 사병 1명이 숨졌다. 또 강화도 인근 교동도에선 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이 아시아나 항공기를 향해 실탄과 예광탄을 쏘는가 하면 지휘관이 운전병을 성추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후임병 구타, 가혹행위, 허위보고 등 구태를 척결하지 못했다며 근절대책을 촉구했겠는가.
군 당국과 해병대는 총기관리를 보다 꼼꼼히 실사,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번 강화도 총기 사고에서 김 상병은 관리조장 등이 갖고 있던 총기보관함 열쇠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6년 전 육군 연천 총기난사 사고 역시 허술한 총기관리가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 지휘 체계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병영 문화 개선도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신세대 문화에 걸맞은 인격 보호야말로 안심하고 기꺼이 군대 가는 풍토 조성과 선진 강군 육성의 첫걸음이다. 북한군과 대치한 최일선에서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