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가 4일 홍준표 의원을 신임대표로 선출했다.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새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저마다 새 한나라당의 갈 길을 외쳤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4ㆍ27 재보궐선거에서 등 돌린 민심은 여전하고, 임기 말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현격히 떨어져 있다.
난제를 헤쳐가기 위한 당면 과제는 화합과 소통이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앙금을 털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전대 하루 전까지도 특정후보를 음해하는 문자메시지가 돌아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진흙탕 공방이 치열했다. 이런 상태로는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기 어렵다. 다행히 새 지도부는 평균 연령이 50세로 유례없이 젊다. 더욱이 홍 신임대표는 계파색이 옅어 당을 통합해 나가는 데 적임이다. 거기다 젊은 패기와 열정의 새 지도부가 힘을 합하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그동안 갈팡질팡한 정책 노선을 바로 잡는 것은 새 지도부 몫이다. 잇단 선거 패배로 위기감이 증폭되자 황우여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와 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 갈등으로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는 판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정권 말기 권력 누수는 불가피하다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여당이 국정운영의 큰 축이 돼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와 각을 세워서도 안 되고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간 원만한 협력은 필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우뚝 선 친박계는 누구보다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 목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지 임기 말 이명박 정부와 그 라인의 제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공천제도를 개혁하기 바란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계파의 벽을 허물고, 천하의 인재를 불러 모아야 한다. 지금 당내 세력을 넓히고 계파 싸움에 취할 한가한 때가 아닌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누구보다 이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른바 ‘나경원 안’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심 없는 토론으로 혁명적 공천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어설픈 포퓰리즘 경쟁만 가지고 떠난 민심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대대적인 내부 혁신만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