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금강산관광특구 내 재산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는 3시간 만에 결렬됐다. 남북 양측은 만나자마자 논의의 진행순서를 둘러싸고 입씨름만 하다가 헤어졌다. 대결과 대립의 남북관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북측은 재산의 동결ㆍ몰수ㆍ정리 등의 순서로 대남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남측은 당국 간 투자보장합의 위반이고 사업자 간 계약위반이며, 국제규범위반이라는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해 왔다. 남북한 모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전략이 아니라 대립과 대결의 강경 전략을 구사하는 한 금강산관광 재개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는 11일이면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만 3년이 된다. 지난 3년 동안 금강산관광 재개의 전제조건은 하나둘씩 쌓여만 왔다. 처음에는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ㆍ신변안전보장ㆍ재발방지 등 3대조건만 충족되면 재개되는 듯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터지면서 시인ㆍ사과가 추가됐다.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협상의 관점에서 전제조건과 선결조건이 많으면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지난 10년의 포용정책이 북한 핵개발을 방조하였다고 비판했다. 핵개발방조론은 현금의 관광 대가가 핵개발에 전용된다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결국 관광 재개의 근본문제는 전제조건들이 아니라 현금 관광 대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6자회담은 중단됐고 북한의 핵개발은 진행됐다. 관광이 중단됐는데도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된 것은 관광과 핵 문제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대북포용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대북강경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촉진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려면 금강산관광은 반드시 재개되어야 한다. 그 해법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찾아야 한다. 첫째, 관광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현금의 관광 대가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킨다는 인식이다. 둘째, 정경분리 원칙의 준수다. 관광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관광객인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고, 정부는 관광객의 신변안전과 사업자들의 재산보호에 신경을 쓰면 된다. 셋째, 전략적 접근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의 연계다. 상봉자에 한해서 관광을 허용하는 것이다. 단계적 재개이다. 당일 관광을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개성관광부터 재개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서 대통령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되었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서 대북정책 전환의 큰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진정성과 의지가 담겨 있다면 조만간에 5ㆍ24조치의 완화ㆍ해제, 당국 간 대화 제의 등 후속조치가 예상된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확정됐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협력, 한반도의 평화가 기본조건이다. 조속한 금강산관광 재개는 성공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예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