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국내 3개 사모펀드(PEF)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낸 우리금융 매각절차를 강행할 태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금명간 매각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예비입찰ㆍ본입찰 등 매각 일정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사모펀드가 어떤 조합으로 입찰을 진행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사모펀드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규모 300조원이 넘는 토종 우리금융의 사모펀드 매각은 신중해야 한다. 최근 무산된 산은금융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보다 더 무모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에선 “매수자가 나타났을 때 파는 게 낫고, 그나마 ‘먹튀’ 논란을 잠재울 토종 펀드 아니냐”며 사모펀드 매각을 옹호한다. 금산분리 명분도 그럴듯하다.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사모펀드는 아무리 겉포장을 아름답게 꾸며도 기업사냥으로 돈벌이하는 투기자본일 뿐이다. 자산 매각ㆍ고배당ㆍ인력 구조조정 등 조직 슬림화 이후 재매각이 본질인 것이다. 금융지주사로 재매각해도 지속가능 경영 대신 차익실현을 우선할 게 뻔하다. 이런 연유로 사모펀드의 금융회사 인수 특히 은행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더구나 우리는 이미 제일ㆍ한미ㆍ외환은행 매각 때 사모펀드에 수조원을 갖다 바쳤다. 1999년 제일은행 지분 50.99%를 5000억원에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은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 배당금과 환차익을 빼고도 1조1626억원을 남겼다. 미국계 칼라일 역시 JP모건과 공동으로 한미은행 지분을 사고팔면서 6516억원 수익을 냈다. 외환은행 지분 64%를 2조1548억원을 인수, 일부 지분매각과 고배당으로 이미 3조원을 챙긴 론스타는 하나금융으로 매각이 성사되면 추가로 4조6900억원을 더 받아낼 판이다.
매각 후 사모펀드 경영능력이 떨어지면 정부가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사모펀드 돈벌이에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3개 사모펀드는 4조원(우리금융 최저입찰 지분 30% 인수 예정금액) 이상 투자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당부분 해외조달이 불가피하나 이마저 여의치 않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솔로몬 해법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오히려 사모펀드 봐주기 냄새가 풍긴다.
정부는 이쯤에서 매각 우선순위를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조기 민영화ㆍ금융산업 발전ㆍ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의 동시 추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경영프리미엄에 연연하는 일괄매각 방식부터 접어야 한다. 주가 상승을 기다리다 매각 타이밍을 놓친 전례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조기 민영화와 금융산업 발전에 방점을 찍는 분할매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갈수록 약화되는 은행 경쟁력, 한 해 3000억원이 넘는 예보채 이자비용 부담을 털어낼 때가 됐다. 지역갈등 가능성이 큰 자회사 분리 매각도 실익이 없을 듯하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소유한도 이내 지분인 5~9%씩 별도로 파는 블록세일이나 1988년 포스코 민영화 때 적용했던 국민주 방식이 대안이다. 우리금융 우리사주ㆍ연기금ㆍ국내 대기업ㆍ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과점적 대주주 방식도 바람직하다. 1인 대주주 전횡을 방지하고 소유ㆍ경영 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석동 위원장이 결단하면 MB정부 임기 내 우리금융 민영화가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금융 미래가 잘 보장되고, 시기보다 방법론이 중요한 민영화”를 공언한 만큼 면피성 사모펀드 매각절차를 중단, 국내 금융산업을 살찌울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