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에 허덕이는 서민 상대의 국내 은행 돈놀이가 도를 넘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인 26조8619억원, 수수료 수익으로 5조1787억원 등 서민 쌈짓돈을 털어 무려 32조원 이상을 챙겼다. ‘누워서 헤엄치는’ 이자 장사로 은행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메웠다니 몰염치 영업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은행별 수익구조는 후진적 영업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ㆍ신한은행의 2010년 이자 수익은 전년보다 각각 11.7%, 20.3% 증가한 7조원, 4조5000억원에 육박, 전체 수익의 95.4%, 77.7%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34.5%나 늘어난 하나은행과 농민 상대의 농협의 이자 수익 비중도 84.9%, 89.4%에 이르렀다. 유가증권, 대출채권, 외환 및 파생상품 거래, 신탁업무 등 비이자 부문 손실을 돈 없는 서민들이 낸 이자와 수수료로 보충한 것이다. 이자 부문 수익이 50% 안팎인 씨티, HSBC 등 글로벌 은행과 한참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은행권의 예대마진 극대화 전략이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은행들이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핑계로 CD 연동대출 가산금리, 소액ㆍ신용대출 금리 등을 크게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대법원 판결을 비웃는 근저당 설정비의 대출금리 전가, 무려 연 18~19% 고리를 뜯는 예금담보대출 연체금리 적용 등은 약탈적 횡포에 가깝다. 고물가로 피폐해진 서민 가계를 은행들이 또다시 짓누르는 셈이다.
‘진입제한’ 울타리를 친 금융당국은 은행의 적정한 수익구조 및 원가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책무가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불합리한 금리 및 수수료 체계’ 개편에 더 이상 꾸물대서는 안 된다. 예대마진의 합리적 조정, 금리 선정 기준 공개 등은 시장금리 왜곡 방지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영세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은 코픽스 연동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가산금리 인하, 중도해지 수수료 면제 등 인센티브 확대 전략도 필요하다. 인터넷뱅킹ㆍ텔레뱅킹ㆍ모바일뱅킹 등 온라인 송금 및 신용카드 수수료 분야의 불공정 의혹도 짚어봐야 한다. 은행들은 고통분담 및 잠재적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조처에 기꺼이 솔선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은 더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