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7일부터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개막이 코앞인데도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상당수라는 설문조사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국민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 수도권에는 그 흔한 홍보 현수막 한 장 찾기 어려우니 그럴 만하다. 이번 대회는 207개국에서 3850명의 선수단이 참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조직위원회와 대구시만 속 태울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국민적 관심을 일깨워야 한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축구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세계적 열기와 관심이 집중돼 유치전은 언제나 치열하다. 아시아에서 이 대회를 치른 나라는 일본밖에 없으며, 스포츠 최강국인 미국도 열지 못했을 정도다.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 성공에 온 국민이 열광했듯 대구 대회도 4년 전 못지않은 관심 속에 호주와 러시아를 제치고 당당히 개최권을 따왔다. 우리 국력과 국격, 스포츠 선진국 위상 정립을 위해 반드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대회 성공 여부는 경기장 스탠드를 얼마나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대회 성공의 첫 요건으로 관중 호응도를 꼽는다. 열심히 뛰는 선수와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고 환호하는 관중이 있어야 비로소 육상 경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간의 우리 사정이 좋지 않다. 대회가 시작되는 8월 말은 여전히 무더운 데다 우리 육상 수준이 크게 떨어져 자발적 관심 유도가 쉽지 않다. 주인도 없이 손님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나마 대회 입장권 판매량이 75% 선인 30만장까지 올라간 것은 다행이다. 이 표가 모두 관중이 돼 경기장을 찾으면 대회는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팔린 표의 90%는 기업과 기관ㆍ단체가 ‘협조’해준 것이다. 개인이 산 3만여장도 대부분 외국인이며 순수 내국인 판매량은 고작 7000여장이다. 표는 다 팔렸는데 관중석은 텅텅 비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조직위는 사표(死票) 방지에 올인해야 한다. 각급 직장과 학교에 협조를 구하고, 대국민 홍보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류스타 비 등 홍보대사를 적극 활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때처럼 대구 대회에도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