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민주당 등 야당의 강력 반발과 한나라당 내부의 부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장관 기용을 강행할 태세다. 이 대통령은 13일 한나라당 새 지도부 상견례에서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청와대에 있다고 장관으로 못 나가는 것은 억울한 일 아니냐, 난센스”라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의 ‘재고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 5ㆍ6 개각 때도 거론되다 무산된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은 적절치 않다. 대검 차장까지 지낸 권 수석의 인품과 경륜, 국정수행능력을 탓하는 게 아니다. 차기 법무장관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정치적 중립 인물’이 맡아야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역대 정권이 민정수석을 곧바로 법무장관에 기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5년 전 문재인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파동’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려 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코드 인사’라고 비판, 결국 이를 무산시켰다. 이제 와서 문 수석은 ‘검찰을 모르는 대통령 측근’이고 권 수석은 ‘검찰을 잘 아는 참모’라는 이중적 태도는 해괴하고 구차하다. 지난 1월 독립적 지위와 역할이 보장된 감사원장에 지명된 정동기 민정수석의 자진사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무장관은 지휘권 행사로 검찰의 중립적인 기소권 행사 및 수사권 독립에 직ㆍ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측근이자 대통령 부인의 초등학교 후배인 TK 출신 실세를 법무장관에 앉힌다면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 의도로 보기 십상이다.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막고, 퇴임 후를 감안한 사전 포석으로 비치는 것이다. 더구나 권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청탁,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초래할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를 재고하기 바란다. 한나라당마저 지명 철회 연판장을 돌리려는 판에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법무장관을 교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체에 따른 신뢰 추락과 국정 혼란이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측근 돌려막기 인사’를 비판했던 MB정부가 임기 내내 이를 답습하려 몸부림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