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이제 KTX 운영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더 머뭇거리거나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다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모터와 냉방기가 고장 나고 누전으로 느닷없이 연기가 피어나는가 하면 심지어 열차 탈선 사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KTX 사고 일지는 어떤 변명과 핑계로도 시민과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요일인 17일 하루에만 2건의 사고를 포함, 탈선 사고 말고도 올 들어 발생한 각종 장애, 고장 등 이미 10여건의 운행 지연ㆍ장애 사고는 우리에게 하나의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국내 두 번째로 긴 터널에서 한 시간 동안 정지, 400여명의 승객이 무더위와 공포에 시달렸다면 KTX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어떤 변명에도 불구, ‘안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KTX 안전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갖춰져 작은 이상에 열차가 스스로 정지한다는 안전 매뉴얼에 관한 코레일 발표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코레일과 KTX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최근 일련의 KTX 고장이나 장애를 결코 작은 이상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자주, 여러 부품과 부분에 걸쳐 전면 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정비 불량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곳곳의 연쇄적 장애가 결국은 KTX 설계ㆍ제작ㆍ운영에 연관된 총체적 기술력 한계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고속철 같은 대중 교통수단의 기술 자립과 국산화가 우리의 궁극적 바람이지만 이 기술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됨으로써 비약ㆍ생략ㆍ대체 등이 쉽지 않다면 시정돼야 한다. KTX는 이 점에서 지금 중요한 분수령이자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능하고 국민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다면 KTX 운행을 전면 또는 단계적으로 중단, 기술적 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산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간과된 제작상, 부품상, 기술상 하자나 불완전 요소들의 실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원천적 설계ㆍ운영상의 문제, 사후 정비와 관리상의 기술적 문제 역시 얼마나 완벽한지 짚어봐야 한다. KTX의 모든 기술력과 기술적 안정성, 운영상의 합리성에 관한 종합적 재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관료주의적 타성과 소승적 단기적 이해에 매몰돼 국민 안전을 계속 위협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국산화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필요한 선진 기술과 자재들을 수입, KTX 안전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