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볕더위에 전력 수급이 급해졌다. 장마가 끝나자 7000만㎾ 선을 훌쩍 넘어선 하루 최대전력사용량은 19일 7139만㎾를 기록, 여름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나마 정부와 발전회사가 월성 원자력 1호기 재가동 등 사용 가능한 발전시설을 모두 돌린 덕에 예비율 두 자릿수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폭염과 열대야가 잦은 8월이 되면 예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제한 송전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당장은 적정 실내온도 유지 등 합리적으로 아껴 쓰는 게 상책이다. 정부가 이번에 전기요금을 전격적으로 4.9% 올리기로 한 것은 ‘전기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기름값 등 다른 에너지보다 턱없이 싸 소비가 집중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산업생산 증가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아껴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주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는 언제 고갈될지 모르고 온실가스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근원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풍력, 수력, 조력, 태양력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경제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지금으로선 안전을 전제로 한 원자력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원전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 안전 논란은 더욱 거세다. 다행히 우리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상태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과 달리 냉각장치가 원자로와 완전 분리되고 전원 없이도 자동 가동된다. 또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외관도 튼튼하다. 안전성은 거듭 확인해야 하겠지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내년 11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원자력 1호기 연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민 안전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충정이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더욱이 이념적, 또는 정치적 이슈로 접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수천억원을 들여 1년 넘도록 안전성 장치를 충분히 보강했다. 더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의심스러우면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함께 조사를 해보면 될 일이다. 다만 정부와 한수원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언제나 투명하게 공개, 국민 불안감을 분명히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