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치닫던 중국 고속철도가 미스터리에 빠졌다. 지난 주말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의 고속열차 추돌에 따른 승객 39명 사망, 193명 부상 사고가 발생 5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의혹 투성이다. 상식 밖 사고에다 졸속 뒤처리는 경악에 가깝다. 무엇이 급해 그리 서두르는지 궁금하다.
이 때문에 G2의 중국 굴기가 망신살이고 국격은 오간 데 없다. 구출 종료 선언 후 3살 여아를 찾아내고, 대형 참사 이틀 만에 사고 현장을 달리는 고속열차 모습에서 중국 사회에 만연한 인명 경시 풍조가 역력하다. 피해자들 항의로 사고열차 잔해를 부숴 땅에 묻었다 다시 파낸 것은 차체 결함의 축소ㆍ은폐 의도를 의심케 한다. 오락가락하는 사망자 수와 사망자 명단 미공개도 의혹 투성이다.
사고 원인 또한 시속 200㎞ 이상 고속열차의 운행 능력을 의심케 한다. 벼락 때문에 열차가 정지했다면 그만큼 자동방재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방증이고, 이를 뒤따라오던 열차가 몰랐다는 것은 중앙통제소와 기관사의 직무태만을 자인한 꼴이다. 승객 1000여명을 태운 열차가 철로 위에 20여분간 무방비로 서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니 개통 47년 동안 인명 사고 제로인 시속 300㎞의 일본 신칸센과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짝퉁 신칸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KTX도 반신반의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중국과 다르다고 강조하나 믿기 어렵다. 올 들어 크고 작은 사고가 38건이나 발생, 월 평균 사고는 2009년 1.92건에서 5.1건으로 급증했다. 이런데도 주요 부품 교체 및 검수 주기를 오히려 연장, 사고 가능성을 키운 것은 한국판 미스터리다. 예산 부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고장이 날 것”이라는 코레일의 무모한 배짱 설명이 놀랍다. 지난 4월 46개 추진 과제에 36개를 더한 엊그제 ‘KTX 추가 안전대책’의 허구성도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승객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중국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한 가닥 희망은 지난 25일 시작된 감사원 예비감사다. 일시 운행중단을 해서라도 완벽한 정비ㆍ점검으로 세계 제일의 ‘안전한 KTX’를 만들어야 한다. 브라질과 미국의 고속철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철저한 감사가 불가피하다. 차제에 ‘사고철’ 대명사인 KTX-산천 제작사 한국로템을 계열사로 거느린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안전 의식도 되짚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