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인하 방안의 하나로 대안주유소 추진 구상을 밝혔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의 대안주유소를 통해 ℓ당 100원 정도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운 주유소를 인수하거나 공공부지 등을 활용해 전국 주유소의 10% 선인 1300개를 세우는 게 1차 목표다. 이게 성공하면 요지부동의 기름값 인하를 선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잘되기를 바라지만 업계 반발이 심하다. MB의 현장행정에 어긋난다고 딴죽을 걸고 있다. 막강한 정유 및 주유소 업계의 로비력은 일부 언론까지 동원, 대안주유소를 추진하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공격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국내 정유사 기름이 아닌 석유 완제품을 수입, 공급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필요하다면 환경기준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입 석유류 가격이 공급가 기준으로 50원가량밖에 차이가 없어 수지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공 용지나 시설 등을 사용할 경우 투자비가 적게 들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장 비난을 무릅쓰고 대안주유소를 추진하는 것은 업계의 철저한 비협조 때문이다. 정유업체는 사기업이지만 그 기능으로 볼 때 공공기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면 제품 가격을 내릴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런 공익적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국제가격이 내릴 땐 시간을 끌며 쥐꼬리 인하에 그치고, 오를 땐 그 이상 반영하는 수법으로 원유가격 변동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이런 행태를 바로잡아 달라는 정부 요청이 번번이 묵살당했다. 심지어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가격을 정해주는가’라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올해 대형 정유사들은 분기당 1조원 안팎, 연간 3조~4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물론 그 이익이 원유를 정제해 국제시장에 내다 판 결과라고 하지만 그런 정제시설을 만들기까지 국가와 국민이 자금과 세제로 업계를 도와준 일은 까마득히 모른 체한다. 유례 없는 고유가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건 말건 국제유가 상승 과실은 업계가 고스란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죽하면 대안주유소 구상을 하게 됐는지 이제 업계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