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세세한 감정 살린
김연아의 평창 PT 인상적
뉘앙스 등 문화차이 연구
올림픽서도 감동 전달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평창올림픽은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동안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피겨 챔피언 김연아는 일등공신이었다. 그녀의 발표는 겸손하면서도 말에 강약이 있었으며, 표정과 감정 전달은 마치 딱딱한 심장을 녹일 만큼 훌륭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었다. 완벽한 발음뿐 아니라 적절한 어휘와 호소력 짙은 유려한 말솜씨는 어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연설에 감정 전달까지 완벽했다.
나는 그녀의 원고가 처음부터 영어로 작성됐는지, 아니면 한국어로 작성됐다가 영어로 번역됐는지 궁금했다. 번역은 해당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장이나 단어가 가지고 있는 세세한 감정이나 뉘앙스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 번역이 언어 학습에서 가장 어려운 이유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기관들의 프레젠테이션이나 연설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들이 있다. 나는 코트라(KOTRA)의 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 단장으로 재임 중일 때,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경제자유구역(FEZ) 사업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본 적이 있다. 냉정히 말해서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은 감정과 논리적인 요소가 배제돼 있어 청중을 감동시키고 설득하지 못했다.
실패의 주 원인은 원고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겼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어로 발표할 경우 원고의 한국어 작업과 번역 작업은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각 언어의 문화적 차이는 전하려는 메시지를 본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할 수 있다. 한 외국은행은 이런 현상을 광고에 잘 이용했다. 다른 나라 공항 광고에서 현지 문화를 얼마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국의 광고를 보면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남성성을 강조하고, 여성 고객에게는 아이 같은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사용한다. 서양에서는 이런 식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조한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광고는 쉽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
진부한 표현도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득력이 없다. 한국에서는 반복적인 문구가 사용될수록 더욱 영향력이 강해지므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한 예로, 파이팅(fighting)이란 단어는 콩글리시의 전형이다. 서양에서는 이 단어가 공격이나 대립 등 부정적인 의미여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 취하는 포즈 중 손가락으로 ‘V’를 그리는 포즈도 서양에서는 모욕적이고 무례하게 보일 수 있어 쓰기 부담스럽다.
양쪽 언어로 생각하며 해당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생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된다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뛰어난 업적들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