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0억달러 규모의 터키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의 우선협상권을 포기했고, 터키 정부는 우선협상권 시한을 7월 말로 못박아 이미 일본에 통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주목을 끈다. 앞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원전사업 포기)과 함께 “원전 수출을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했다. 사실이라면 작년 6월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 협상 막판에 빼앗긴 우리에겐 다시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물론 일본의 터키 원전 불참이 한국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등 경쟁국의 물밑 수주전도 활발하다. 하지만 터키가 우선협상국 선정 마지막까지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한 점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흑해 연안 시노프 지역에 140만㎾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협상은 작년 말 자금조달과 전기요금 견해차로 중단됐던 만큼 이를 보완한다면 수주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
터키는 발주자가 직접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달리, 돈을 빌려 원전을 먼저 짓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뽑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고집한다. 때문에 사실상 제로(0)금리인 일본은 20년 만기 국채금리인 연 1%대로 자금을 조달,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수익구조를 맞췄지만 조달금리가 4%대인 우리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2009년 말 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APR1400)이 일본ㆍ프랑스보다 20% 정도 건설단가가 싸고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열세를 만회하지 못한 것이다.
민간 차원의 자금조달이 어렵다면 산업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참여해야 한다. 연기금과 제조업체의 공동 참여, 3000억달러가 넘는 보유 외환 활용 등으로 저리자금 조달의 간극을 메울 수도 있다. 일본처럼 민관 조직인 ‘국제원자력개발주식회사’ 설립 등 금융비용을 낮출 중장기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분명 승산은 있다. PF 방식을 선호하는 국제적 초대형 사업과 대부분 신흥국의 원전 건설에 대비하려면 금융조건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주, 세계 발주물량의 20%를 차지하겠다는 원전 3대 강국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는가. 엊그제 원자력협력협정을 맺은 인도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자립을 위해서도 ‘원전수주태스크포스’를 재가동, UAE 영광을 재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