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페이스북 등을 통해 K-pop 가수의 동영상을 접한다.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강좌에서 만난 팬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K-pop 가수의 퍼포먼스를 따라한다. K-pop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예매 경쟁을 벌이고, K-pop 가수가 출연한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한류’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지어낸 가상의 스토리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류’가 등장한 지난 15여년간 여러 차례 위기론이 거론됐지만 드라마, 영화, 음악,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부터 멀리 유럽, 중남미 등으로까지 인기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최근의 인기는 무엇보다 우리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에서 기인한다. “춤과 노래, 퍼포먼스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해외팬의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 우리 대중문화산업계의 노력이 일차적인 성공요인이다. 이러한 노력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 스마트 환경을 맞아 날개를 달았다. 글로벌시장내 존재하던 언어ㆍ문화ㆍ지정학적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지구 반대편에 빅뱅, 소녀시대의 팬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 분야에서 알려지면 여타 장르로 전파돼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산업 특유의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성격에 따라, 음악에 대한 관심이 뮤지컬ㆍ영화에 대한 관심,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등으로 확산되는 자체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한류’를 보는 시각은 다양해 한 편에서는 ‘대중문화의 승리’라고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과대 포장된 ‘거품인기’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렇듯 상이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기가 수년 사이 다시 오기 힘든 ‘기회’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를 진정한 ‘기회’로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의 합심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민간의 창의력에서 비롯되며, 정부는 제2, 제3의 킬러콘텐츠가 개발돼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도록 문화산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한편 한류의 외연이 확대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반한 감정 및 보호주의 정책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상호호혜환경 조성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한류가 일방적인 우리 문화 수출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교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교류 기회를 마련하고 공동제작 등 상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반영,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대중문화산업 글로벌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에도 재원ㆍ인력 등 정부차원의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류’가 짧은 시기 신문 지상을 장식한 기사거리로 남을 것인지, 우리나라가 21세기 콘텐츠 기반 경제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세계인 모두가 우리 문화를 맘껏 즐기고 사랑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