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 경제를 담보로 치킨 게임을 벌였던 미국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안이 1일 밤(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시한인 2일에 표결 처리하는 상원 통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향후 10년간 2조1000억달러의 부채한도 증액과 2조5000억달러 정부지출 감축으로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를 면한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함께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미국 뇌관 제거로 세계 경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미국이 파국을 면한 건 다행이나 ‘슈퍼파워’의 위상과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빚을 추가로 낼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정부지출의 40% 차입 구조엔 변함이 없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의회와 백악관 간 불신과 리더십 부재도 예사롭지 않다.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경고,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위축, 재정지출 감축에 의한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더블딥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로써 미국 달러화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국채시장을 이탈한 핫머니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시장을 그대로 놔둘 리 없다. 이자수익과 환차익을 동시 겨냥한 한국 주식 및 채권 매입으로 외화자본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노무라증권을 비롯한 대다수 증권사들은 현재 1050원인 달러당 원화 환율이 내년에 세 자릿수로 떨어진다는 데 이의가 없다. 물가 안정엔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하락은 통화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은행세 도입 말고도 외화유입 차단막에 누수가 없는지 보완방안을 서두르기 바란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제품 품질ㆍ서비스ㆍ브랜드 등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채산성 악화와 적자 수출 등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당장 환헤지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달러당 800원대 때 ‘마른 수건을 짠’ 과거 경험을 되살려 원화 강세를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수입물가 하락에 넋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경기부진을 타개하려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원화강세와 인플레의 이중고를 헤쳐나갈 컨틴전시 플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