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 9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G20 정상들을 초치했던 지난해 방한에서 그는 조용한 행보로 첫 대형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한국 당사자들에게 음양으로 도움을 주었었다. 이번 방한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너무 조용하다. 형식은 국빈방문이라는데 도무지 빛이 나지 않았다.
이는 그의 표 나지 않는 원래 성품 때문일지 모른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 처리만 하면 된다는 지론이 한국인 최초 국제기구 수장의 모처럼 방한을 표 안 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본인이 나서지 않는다 해도 정부와 관련 기구, 언론 등이 이처럼 소홀히 다룬다는 게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국제적인 안목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가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국빈 대우를 받는 그 자리 아닌가.
더욱이 그의 이번 방한은 5년의 1차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2차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첫 금의환향이다. 명분도 연임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국민과 대통령의 성원에 대한 감사 표시다. 그렇다면 본국의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한국이 알게 모르게 받을 긍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선 유엔본부를 비롯한 산하 기구에 한국인이 취업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만 해도 어디인가. 우리는 국제기구 근무와는 너무 멀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 직원 총수 2418명 가운데 한국인은 달랑 22명뿐이다. 한국 지분율이 1.345%인데 직원 비율은 0.91%에 그친다. 세계은행에는 한국 지분율이 1%지만 직원은 0.46%에 그친다. 총직원 2687명인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분율이 5%에 달하지만 한국인은 46명, 1.7%에 불과하다. 돈낸 지분율만큼도 찾아먹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조용한 귀국과 이를 바로 연결키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 취업 걱정에 바쁜 젊은이들을 진취적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도 반 총장은 사표를 삼아 모자랄 게 없다. 하물며 그가 전화 한마디로 각국 정상들과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좀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5박6일간 바쁜 그의 국내 일정이라도 정성껏 국민에게 알리는 지혜가 바람직하다. 세계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