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상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마흔. 40대가 되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이력 만큼이나 어디서나 당당할 것 같다. 직장에서는 ‘나를 따르라’ 하면 무조건 따라오는 후배들이 여럿 있고, 가정에서는 든든한 가장으로 대우받는 그런 삶일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마흔이 되면 당당하게 논쟁을 벌였던 상사의 지시에 더 이상 토달지 않게 되고, 후배들에게는 지시보다는 부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헌신 봉사하느라 정작 주말에도 나를 위한 시간이 없고 아내도 별 관심 조차 주지 않는다.

40대는 좌충우돌만 하던 20대와는 달리 여유롭고 당당하리라 생각했는데, 한숨만 나온다. 최근 출간된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이런 40대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저자는 마흔이 되어 손자병법을 다시 읽으면서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장은 거침이 없고, 일처리는 저돌적이며, 마음만은 세상을 향한 싸움의 준비를 마친 듯한 20, 30대에 손자병법을 읽었다면? 분명 ‘싸움의 기술’이자 ‘승리의 비법’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패기만만한 청춘과 달리 마흔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에는 센 사람들 투성이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세상은 그들과 싸워 이기라고 하는데, 지지 않고 살아남기가 더 급한 과제다. 한마디로 남의 밥그릇 빼앗기 보다 내 밥그릇 빼앗기지 않을 궁리를 해야 하는 처지다. 40대가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마음은 40대만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이 책을 접한 몇몇 유명인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으면서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의 손자병법과 비교할 때 그 폭이나 깊이가 다르고, 우선 재미있어 이 바쁠 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의 트윗)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협력하고 배신하는 경쟁자들이야말로 함께 살아갈 우리의 이웃임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심지어 군에서 복무 중인 이준기 역시 국군방송에서 이 책을 강력 추천했으며, 각종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 라디오 프로그램 PD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 들춰보다가 드물게도 책에 빠져들어 완독한 후 큰 감동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