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서울대 김난도(48) 교수는 독자의 뜨거운 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전혀 예상 못했던 해외 각국의 출판사가 좋은 인세 조건을 내걸고 책을 사가는 걸 보면서 “이게 한국 젊은이만의 아픔이 아닌, 세계 공통의 문제라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책은 자신이 모델이기도 하다. 서울대 법대로 들어가 지도교수의 권유로 행정학으로 바꿨고, 이후 소비자학으로 또 한 번 옮겼을 정도로 진로 선택은 쉽지 않았다.
매년 소비자 트렌드를 발표해오고 있는 그는 내년엔 책 열풍을 통해 드러난 가치인 공감과 소통, 진정성이 대선과 총선 두 개 선거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밀리언셀러가 실감나지 않을 것 같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굉장히 당혹스럽고 얼떨떨하다. 출판계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수필집으로 내면서 많이 나가야 1만5000부 정도 예상했다. 출판사는 5만부를 얘기했는데 걱정도 됐다. 이렇게 많이 나가는 걸 보면서 청춘이 정말 많이 아프고 힘들구나 생각했다.
-밀리언셀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2만~3만부, 마케팅력까지 가세해 최대 10만부인데 100만부는 다르다. 성공요인을 나름대로 꼽자면.
▶대학교수니까 처음에는 대학생이나 20대의 고민을 쓴다고 쓴건데, 입소문을 타면서 확산됐다. 팬레터를 보면 중ㆍ고등학생도 많다. 30~40대부모가 자식에게 주려고 사면서 먼저 읽어보고 부모세대로 넓어진 것 같다.
-에세이로 분류돼 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쓰고자 했던 것 같다. 당초 기획의도는.
▶일단 학생 눈높이에 맞추려 했다. 흔히 하는 말로 ‘ 너희들 좋을 때다. 먹고 살만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니. 우리 젊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는데’하는 식은 피하려 했다.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고민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일제 때나 한국전쟁 때 고생한 얘기를 하면 ‘고생한 건 알겠는데, 내 문제는 아니다’고 여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젊은이를 많이 접촉하고 이해하려 했다. 또 하나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 않게 하려고 했다. ‘성공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식은 피하고 싶었다. 성찰하고 내면에서 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걸 의도했다.
-강의나 독자와의 만남, 트위터 등을 통해 젊은이와 만나왔는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진로와 선택의 문제가 압도적이다. 진로를 찾아갈 때 어떤 기준에서 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를 경험에 바탕해 들려주려 한다.
-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멘토’란 수식어가 붙었다. 좋은 멘토란, 멘토의 역할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교수생활 15년째인데 두 가지를 지키려고 한다. 하나는 학생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여기에 하나 더, 학생 내면에서 최선을 끌어내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게 멘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영국 폭동을 세대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영국식 88만원세대랄까, 일자리를 놓고 세대가 싸우는 격인데.
▶이 책을 쓰고 반응을 얻으면서 청년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담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브라질, 네덜란드, 이탈리아 같은 외국 출판사가 좋은 조건으로 판권을 사가는 걸 보면 거기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게 우리 사회만의 고민이 아니라 시대 공통의 문제구나 실감했다.
-이 책 이전에 이미 김 교수는 인기저자였다. ‘소비자 트렌드’ ‘럭셔리 트렌드’ 등의 책으로 유명세를 탔는데, 섣부른 감이 있지만 내년 트렌드는 어떻게 보나.
▶일부에선 우스갯소리로 트렌드를 조사하다 보니까 젊은이가 좋아할 만한 걸 꼭 짚어서 책을 내 인기를 얻었다는 얘기도 한다. 지금 내년도 트렌드 책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큰 선거가 두 개나 있어 선거가 소비나 사회 트렌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 반응하는 이유인 공감과 진정성, 소통 등의 키워드가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