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역 마이클 파인
공연기획·섭외·음반 프로듀서 역할서울시향의 눈부신 성장 숨은 공신
“처음 정명훈 감독과 만나 서울시향의 가능성을 논할 때, 20, 30%정도로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점점 수치가 올라가더군요. 이제 정 감독도 저도 놀랄만큼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단시간 안에 도이치그라모폰(DG)과 음반 계약을 하고, 유럽 투어 등을 이뤄낸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죠.”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공연기획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마이클 파인(Michael Fine)은 불과 몇 년 만에 이뤄낸 서울시향의 성과에 뿌뜻해 했다. 공연 프로그램부터 객원 지휘자 섭외, 음반 프로듀서까지 겸하고 있는 마이클 파인은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서울시향의 숨은 공신이다. 말러 시리즈 등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DG와 음반 계약을 성사하기까지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 것일까. 매일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의 도전이냐,청중들의 엔터테인먼트냐.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늘 고민하죠. 서울시향은 중요한 레퍼토리를 모두 섭렵하는 동시에, 때로 도전적인 음악도 택합니다. 대중들과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휘자와 어울려야 하고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도 잘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음반업계 거물로 꼽히는 파인은 DG의 A&R(Artist & Repertoire) 부사장을 지냈다. 1992년 그래미에서 클래식 프로듀서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프로듀싱을 맡은 서울시향의 첫 DG앨범 역시 발매 3주 만에 골드 레코드(5000장)를 돌파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잘 맞았고, 운이 좋았다”며 “우리가 DG와 음반 계약을 추진한 유일한 이유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아시아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도 프랑스나 다른 유럽 오케스트라처럼, 드뷔시나 라벨의 곡을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프로듀서와 지휘자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모든 음반 작업은 도전이며, 둘의 호흡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휘자와의 호흡이 음반의 질을 좌우합니다. 지휘자가 모든 사운드를 들을 순 없죠. 저는 기술적인 문제를 포착하고, 지휘자는 곡 해석에 주력합니다. 정명훈 감독은 저와 매우 잘 통합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훌륭한 지휘자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도 겸손하죠.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덕에, 음반 작업은 수월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유럽의 클래식 음악 침체 속에서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서양 고전음악의 미래는 아시아와 한국에 있습니다. 유럽은 관객 수가 현상 유지 내지는 감소하고 있지만, 아시아 관객은 젊고, 무엇보다 열렬한 반응이 쏟아지는 곳이죠. 한국 청중들은 비엔나 런던 뉴욕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관객입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