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체크’ 폴란드 출신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
공교롭게도, 해외 연출가를 초빙해 만든 세 작품이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아힘 프라이어 연출)’,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우어 파우스트(다비드 뵈쉬)’, 그리고 국립극단이 연극 ‘보이체크’를 폴란드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56ㆍ사진)를 초빙해 제작했다. 한창 연습중인 브라데츠키와 서울 청파동 국립극단에서 만났다.“이곳에서 (연극)연출을 한다는게 행복합니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폴란드의 풍경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벅스같은 폴란드에서도 볼 수 있는 비슷한 상점들이 서울에도 있고, 이제 세계는 하나로 통합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동안 숱하게 무대에 오른 연극 ‘보이체크’가 폴란드 연출가의 정통 해석으로 재탄생한다. ‘보이체크’는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1813~1837)가 실화를 바탕으로 1830년대 발표한 사회비판적 희곡으로, 사회 기득권층에 휘둘리다 연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소시민 보이체크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브라데츠키는 난해하고 무거운 연극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 작품에 대해 “19세기 뷔히너가 그린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권력은 현재도 변함없다. 여전히 왜곡된 사회구조, 업악받는 개인들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며 “ ‘보이체크’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에서만 여러번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을 한국에 와서 또 제작할 정도로 ‘보이체크’를 아끼는 연출가다. 그는 이 연극을 통해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은 우리 사회가 만든 희생양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결백한, 착한 살인자다. 작품은 ‘인간은 왜 사는가’, ‘이 세상에 행복이 존재하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연극의 사회비판적인 기능을 충실히 드러내는 대표작”이라고 설명했다.
통역을 중간에 두고 배우들과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는 폴란드 연출가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 ‘보이체크’를 선보이는 것 자체로 뜻 깊다고 했다. 또한 한국 연극이 (‘보이체크’와 같은) 사회비판 기능보다 말초적 엔터테인먼트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해 “원래 연극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소수를 위한 장르”라며 “폴란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90년대 폴란드 연극은 정치적 비판에 자유로운 ‘권력’이었지만, 이제 극단은 사회 관심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라고 전했다.
연극을 찾는 관객층이 다채로웠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털어놨다. “유럽에서 연극 관객은 백발노인이 많습니다. 연간 회원권을 끊어서 정기적으로 연극을 보러 나가죠. 노인이든 학생이든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은 인간에 대한, 우리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합니다.” 8.21 ~ 9.1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