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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다수결 원칙의 허구
복지에 대한 시민의견

최후 수단 투표로 물어

정치력 부재 인한 비용

한국사회 숙제 남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실시됐다. 투표 결과를 떠나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표 자체는 무상급식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 시대 최대 이슈인 ‘복지’ 에 대한 시민 의견을 직접 묻는 투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진보 진영이 복지문제를 화두로 격돌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와 타협, 협상의 정치력이 실종된 채, 정책 결정을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는 다수결 원칙에 의존한 투표였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투표를 보면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치인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대변할 대표를 직접 투표로 선출하고, 법률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견의 충돌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자를 형식적ㆍ절차적 민주주의라 한다면 후자는 실질적ㆍ내용적 민주주의다. 물론 민주주의란 이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며,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두 가지 모두라고 말할 수 있다.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오늘날 정치인들의 당연한 몫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를 보면서 정치력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돌이켜보면 민주주의는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민주적 절차를 확립하는 것 자체가 시대적 과제였다. 남녀가 동등한 투표권을 갖고 의회와 각급 단체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제도도 20세기 들어서야 확립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중시됐던 민주주의 원리가 신분이나 종교, 인종 등에 의한 차별이 없는 다수결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세계화와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는 절차적 민주주의 못지않게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사회갈등의 최소화가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특히 광포한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한 사회 양극화와 공동체 붕괴에 대응해 소외 집단이나 계층을 배려하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다수결의 원칙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법률과 원칙 또는 시장 원리를 교조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새롭게 규정되는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하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덕목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신념으로 포장된 고집이나 이념적 지향보다 중요한 것이 소통과 통합을 위한 노력이다. 대화와 타협보다 특정 정책의 관철에만 매달린다면, 그로 인한 사회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번 무상급식 투표도 당장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과 관련된 것이지만, 정치력 부재로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무형의 비용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국사회에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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