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범위에 관한 서울시의 ‘8ㆍ24 주민투표’ 투표율이 유효투표율(33.3%)에 미달한 25.7%에 그쳐 개표 자체가 무산됐다. 오세훈 시장의 소득 하위 50% 학생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안 대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 주축 서울시의회의 소득 구분 없는 전면적 무상급식안이 채택된 것이다.
낮은 투표율이지만 민심이 확인된 만큼 현재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전면 무상급식을 다른 지자체가 도입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도 봇물을 이룰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이른바 3+1의 무상 시리즈를 주장해왔고, 한나라당 또한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에 맞장구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은 무리한 복지 확대가 남유럽 사례처럼 국가 부도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도 86조원 복지예산에 정치권의 복지수요 50조원이 더해지면 교육 및 국방예산을 그만큼 줄이거나 국민들한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미국 일본 등의 재정적자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전면적 복지 확대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앙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을 연계한 오 시장은 투표결과를 겸허히 수용,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 이번 투표를 소 닭 쳐다보듯 했던 한나라당 또한 각성해야 한다. 투표 무산은 지도부 자중지란과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복지수요와 재정건전성을 감안한 국가전략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내년 선거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엔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민주당은 모든 무상 시리즈에 국민들이 동의했다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보편적 복지에 서울시민이 동의했다”거나 “복지사회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란 판단은 지나쳤다. 지난 지방선거 때 오 시장을 찍은 206만명, 곽 교육감에 표를 던진 145만명보다 훨씬 많은 215만명이 이번에 투표장을 찾았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오 시장 사퇴 이후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면 그 부메랑은 언제든 다시 민주당으로 향할 것이다.
차제에 정치권은 공개투표로 변질, 투표 거부를 참정권 행사로 인정하는 주민투표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유효투표율 미달 시 개표조차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