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전시의 타이틀은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Evanescing, In-evanescing)’이다. 인간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이어지는 기억과 감정이 어떤 이유와 장치로 인해 발생하는지, 또 이것이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질문한 작업들이 나왔다. 이진주는 동양화의 전통적 재료인 장지에 분채로 맑고 투명하게 표현한 회화 10여점을 출품했다.
인물과 무대, 환경 등이 섬세하게 표현된 이진주의 그림은 어떤 상황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화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의 분절과 부조화가 발견된다. 낯익은 것 같은데 매우 낯설다. 마치 누군가의 꿈 속에 들어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작가는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경험과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과 미래를 결정짓고 그런 것들이 합쳐져 지금의 나와 세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특정한 시점의 인물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념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물을 그린다”고 밝혔다. 등장인물에 스타킹을 입힌 것은 작가 자신의 심리적 대리인으로 등장하는 작품 속 여성들을 단단히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02)2287-3516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