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주 한 명과의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사람들이 자기 머리에 이식한 장치를 이용해 인터넷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시대, 다시 말해 전 세계의 정보를 마치 머릿속에 있는 여러 생각 중 하나인 것 처럼 여기게 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증권거래위 위원들이 무슨 황당한 얘기냐며 넘어갔을 법하다.
인터넷이 뇌를 대신하는 시대, 여기에 구글의 비전이 있다.
뇌과학 박사이자, ‘인터넷이 곧 뇌’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는 IT업계 천재 CEO 제프리 스티벨은 ‘구글 이후의 세계(원제 Wired For Thought,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뇌가 어떻게 인터넷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지 보여준다. 스티벨은 구글의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가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의 최고 권위자인 테리 위노그래드 아래에서 뇌과학을 공부한 점을 주시한다. 그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인터넷업체들은 스탠퍼드, 브라운, MIT, 하버드 대 뇌과학자를 핵심인재로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은 5~10년후 IT산업 전반에 급격한 변혁이 올 것으로 본다.
그 중 하나의 개념이 브레인게이트(Braingate)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듯 생각만으로 전기, 가전 제품을 껐다 켜는 식이다. 이미 브라운대 존 도너휴에 의해 개발된 기술이다. 스티벨 역시 여기에 깊이 관여해 있다. 그는 웹을 채우고 있는 수십억개의 파일과 링크를 조합해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는 단계를 내다보고 있다.
1페니 동전의 3분의 1 크기인 칩을 뇌에 이식해 우리 뇌와 인터넷을 원격으로 연결하는 것도 실험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억에 관한 한 관념은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뇌를 통해 인터넷이 연결된다면 정신적인 e-메일과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등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명과 연결될 수 있다. 지능에 대한 기존 관념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스티벨은 전문가답게 책에서 뇌의 역사부터 뇌의 해부학, 유전학과 언어학까지 아우르며, 본격적인 생각하는 기계 만들기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를 단순히 닮게 만드는 건 아니다. 인간의 사고체계, 즉 어떻게 사고하고 ,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의식적인 생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묻고 그 특성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는 대니얼 데닛,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짐 앤더슨 등 뇌과학자들의 얘기를 엮어가며, 인간의 지능을 닮은 기계의 특징을 그려나간다. 즉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고, 갈망하고 반복하는 인간의 사고 메커니즘을 닮은 인터넷, 구글은 바로 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다.
이런 주제는 철학적, 심리학적이지만 스티벨의 설명은 개념적이지 않고 이미지적이고, 비유적이다. 그래서 쉽고 빠르다.
가령 스티벨이 설명하는 뇌는 우리의 상식과 좀 다르다. 쭈끌쭈글한 주름으로 덮인 찌그러진 축구공 같은 물질이 아니라 그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한 장의 종이로 묘사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뇌가 형성되어가면서 대뇌피질 종이에 양각으로 새긴 점자처럼 정보의 조각들이 자라나게 되는데, 이 종이를 마구 구기게 되면 정보들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밀접하게 연결되듯 인터넷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곧 뇌’인 세상에서 스티벨이 강조하는 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다. 라이트형제의 최초 비행이 성공한 뒤 항공산업이 생겨났듯이, 생각하는 기계도 새로운 산업을 잉태할 것으로 본다. 인터넷은 보다 더 개인화되면서 각자에게 맞는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가상 주치의가 실제 의사처럼 우리의 병력과 건강상태를 꼼꼼이 챙겨주기도 한다.
이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빅브라더처럼 부정적일 수 있지만 스티벨은 낙관적이다.
무인자동차부터 우주탐사까지 상상을 현실화하고 있는 구글을 비롯해 지금 IT산업의 첨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체적인 그림과 미래상을 제시하며 영감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