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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이윤기 추모 1주기 문집 ‘봄날은 간다’외 다이제스트
▶봄날은 간다(이윤기, 공선옥 외 지음, 섬앤섬 펴냄)=지난해 작고한 작가 이윤기를 기리는 문집. 후배작가들의 신작 단편소설 5편과 고인의 대표작 2편, 조영남, 정병규, 조우석, 딸 이다희 등 지인과 각별했던 이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엮었다. 표제작 ‘봄날은 간다’는 고인이 양평 작업실에 나무를 심으며 시골생활을 시작했던 만년의 삶을 담은 일기 같은 작품, “잣나무는 처음 열매를 매단 그해부터 세세연년 부활했던 거다.…내가 매단 방울이 어떤 방울로 변할 것인지 그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와 나누는 영적인 교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작가들의 이야기가 실명으로 등장하는 윤대녕의 새로운 형식의 소설 ‘군위로 가는 버스’ 등 이야기들은 이윤기란 작가의 자리를 다시 느끼게끔 한다.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김현식, 정선태 편저, 소명출판 펴냄)=1945년 8ㆍ15 해방 당일부터 3년 동안 쏟아져 나온 수많은 기관과 단체, 개인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발표한 성명서, 선언문, 호소문, 전단 등 443건을 수집, 원본 그대로 담아낸 해방시기 첫 삐라 자료집. 해방의 감격과 환희, 신탁통치와 친일파 처리 문제를 놓고 벌인 좌우 대립의 격한 목소리 등 급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3ㆍ1운동과 8ㆍ15 해방 기념행사와 미ㆍ소공동위원회, 제주도 4ㆍ3민중항쟁과 여수ㆍ순천사건 등 1948년까지 삐라의 현장성은 역사를 입체적으로 투시하는 주요 실마리를 제공한다.

▶만들어진 승리자들(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을유문화사 펴냄)=나폴레옹, 베토벤 같은 인물은 어떻게 위인이 되었을까? 어떤 재능과 성격에 어떤 환경과 우연이 따라주어야 할까. 명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우리는 그렇게 주목하지 않는 편이다. 저자는 명성은 어차피 로또와 같다며, 그렇다면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천재성과 정신질환의 경계에 서있는 니체, 하인을 때리고 식당 종업원이 얼굴에 음식을 집어던진 베토벤 등 통찰력과 직관이 돋보이는 저자의 인물평가는 진짜와 허상, 실제와 소문 사이를 꿰뚫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눈을 밝혀준다. 파괴된 우상 자리에 그는 위대한 무명인들을 세운다. 침략을 포기한 위정자, 최고의 직위를 노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이종묵ㆍ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북스코프 펴냄)=정쟁이 심했던 15~16세기 벼슬아치 4명 가운데 1명꼴로 유배를 당했다. 아예 돌아올 수 없는 절해고도, 그것도 위리안치(圍籬安置)하라는 조치는 최고형에 해당한다. 유배객이 머무는 집의 집의 지붕 높이까지 가시나무를 둘러치고 그 안에 유배객을 유폐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되려 그런 유배지가 오히려 문학과 예술의 토양이 됐다는 건 아이러니다.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고 평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교감하면서 현실의 아픔을 승화시킨 것이다. 18년 흑산도 유배생활의 위대한 산물인 정약전의 ‘현산어보’. 백령도로 유배간 이대기의 ‘백령도지’,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등 유배문학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문화로 먹고살기(우석훈 지음/반비 펴냄)=“우리는 문화를 팽창의 논리로만 보았지, 재생산의 눈으로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드라마, 출판, 영화, 음악, 스포츠 등 한국문화산업의 현 상황을 해부했다. 경제논리, 수치로 현 문화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낸 점이 날카롭다. 가령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광고시장 자체가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이나 부가소득이 제작비 마련에 점점 중요해질 것이란 지적 등이다. 과점, 독점 현상, 중산층의 붕괴, 건설사 광고의 실종, 럭셔리 제품의 광고 회피 등 광고시장의 움직임은 여타 문화산업에도 작용한다. PD의 고령화문제, 방송작가의 저임금구조, 잡지를 산업자금이나 연구개발자금과 연동시키는 방안 등 각 분야의 약한 고리를 집어내고 대안을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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