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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컬처, 세계축제 심장부를 사로잡다
[에든버러=조민선 기자] 아직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중국과 일본과 한국을 구분도 못하는 벽안(碧眼)의 서양인들이 에든버러에서 한국 문화의 매력을 체감했다.
세계 축제의 중심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예술은 더이상 변방이 아니었다. 누구나 자발적인 신청으로 참가해온 ‘프린지’ 페스티벌의 테두리를 벗어나,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국내 3개 단체나 공식 초청을 받은 것도 남달랐다.
올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을 비롯해 극단 목화(연극 ‘템페스트’), 안은미 무용단(무용 ‘프린세스 바리’) 등 3개 단체가 공식 초청돼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앞서 셰익스피어 고전의 동양적 해석이 돋보인 연극 ‘템페스트’, ‘무용계의 레이디 가가’라는 별칭의 안무가 안은미의 전위적인 몸짓에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의 주요 언론이 평점 별 5개 중 대부분 4개를 주며 호평을 쏟아냈다.
24일(현지시간) 에든버러 어셔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공연은 이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출발점(starting point)에 선 그들의 탄탄한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두지 않고, 세계 무대로 한발 더 나아가려는 오케스트라의 지향점 또한 명확했다.
올해 축제의 주제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인 것처럼, 동서양의 음악을 아우른 폭넓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날 레퍼토리는 한국 오케스트라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유럽 내에서 명성이 높은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을 선택, 여타 클래식 공연과 비교할 수 없는 동양적 색채를 부각시켰다.
첫곡은 매우 유럽적인 사운드인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로, 유럽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곡은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2009)’. 이 곡은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동양의 악기인 생황이 결합한 작품으로, 중국 출신의 생황 연주자 우 웨이의 신비로운 연주가 2000여명 청중을 매료시켰다. 관객들은 “저 악기가 도대체 무엇이냐. 처음 들어보는 매혹적인 음색”이라며 호기심 가득한 태도로 음악에 몰입했다.
생황 협주곡은 스코틀랜드와도 환상의 궁합이었다. 청중들은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와 유사한 느낌”이라며 동양적인 사운드를 현대음악으로 펼쳐낸 작곡가를 향해 박수를 쏟아부었다.
서울시향은 독특한 동양적 색채에 안주하지 않고, 마지막 곡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유럽 오케스트라의 단골 레퍼토리인 차이콥스키의 ‘비창’으로, 동양 오케스트라에 대한 유럽인들의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냈다.
시향은 정해진 레퍼토리 외에 2곡의 앙코르 곡을 연주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여기엔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내공이 한몫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존 스콧(66ㆍ에든버러)은 공연시작 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오케스트라다. 솔직히 기대는 안하고 왔다”고 말했지만, 공연이 끝난 뒤 “매우 좋았다(excellent). 열정적이며 다채로운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그 외에 다양한 한국 참가 단체들의 가시적인 성과도 빛났다.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가 20일 현지 일간지 ‘헤럴드’가 수여하는 헤럴드 에인절스상을 수상했고,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개그팀 옹알스가 영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 제의를 받는 등 성과가 이어졌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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