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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소설은 이제 정복하고픈 애인이죠”
소설가로 첫발 내디딘 손미나 前아나운서
첫 장편 ‘누가 미모자…’ 조용한 반향

“도전하지 않는 삶은 더 큰 불행 자초”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손끝에서 글이 줄줄 흘러나왔다.”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 막 소설가로 데뷔한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40)의 고백이다. 지난달 출간한 장편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웅진지식하우스)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손 씨는 1년 반 고투 끝에 첫 문장이 잡히면서 소설이 저절로 쓰였다고 말했다. 국적이 다른 두 쌍의 남녀 사랑을 축으로 다채로운 샐러드를 즐기듯 자유롭고 풍요로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미모자~’는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술에 대한 조예, 다양한 시점, 미스터리 기법까지 어설프지 않고 탄탄하다.

그는 애초 소설을 쓰려 한 게 아니었다. 2009년 파리에 머물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행서를 쓸 참이었다. 그러다 엉뚱하게 옆으로 샜다.

“얼마간 지내다 보니까 파리라는 곳이 무시 못할 그들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예술을 꿈꾸게 하는 마력 같은 것. 거기서 ‘내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 나도 더 성장하고 글도 숙성시킬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쉽지 않았다. 여러 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봤지만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1년 반이 지나갔다. 그러다 첫 문장이 쓰였다. 몇 달 만에 소설을 완성한 뒤 느낀 희열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크게 야망도, 욕심도 없었는데 이제 정복하고 싶은 애인이 생겼어요.”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인생에서 한 번쯤 당신의 소설을 쓰라”고 말하고 다닌다. 누구나 자기만의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늘 변신을 꿈꾸는 손미나는 20, 30대 여성들에게 자유의 아이콘처럼 돼 있다.

“서른 살이 됐을 때, 청춘은 간 것 같고 저널리스트로 일해야 하나 마나 갈등했어요. 그때 스페인 유학을 떠났지요. 그때 보고 느낀 것을 쓴 게 ‘스페인 너는 자유다’인데, 여행서로 드물게 18만부가 나갔어요. 자유롭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좌절하는 여성들이 제 글을 읽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거 같아요.”

그 후 아예 여행작가로 나섰다. 그는 ‘여행은 길 위의 학교 같다’고 말한다.

스페인으로 떠날 때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는 삶, 두려움 때문에 못 떠난다면 더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88만원 세대, ‘취집’이 대세인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는 명쾌하다. “서두르지 마라. 이제 시작인 나이다. 이제 막 엄마 젖을 뗀 나이예요.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죠.”

그는 “삶은 당연히 축복이고, 기쁨”이라고 말한다. 그 행복의 비밀은 다름 아닌 그치지 않는 배움에의 열정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걸로 나를 채우고 나를 만들어가나, 그 과정이 정말 행복하거든요.”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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