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5년.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음악가도 드물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리골레토’ 질다 역으로 데뷔해 세계 무대를 누벼온 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조수미는 이를 기념해 도이치 그라모폰(DG)과 25주년 기념 음반 ‘리베라(LIBERA)’를 최근 발표했다.

앨범 타이틀 ‘리베라’는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한다. 타이틀은 조수미가 직접 선택했으며, 성악가로 활동해온 ‘자유로운 음악 여정’을 한 단어로 요약했다. 조수미는 “지난 25년 음악 인생을 돌아볼 때, 내가 원하는 목소리로 표현하고 싶은 모든 종류의 음악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도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앨범은 총 13곡이 수록됐다. 클래식부터 뮤지컬 음악까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조수미 특유의 열린 선택이 반영됐다. 주제도 다채롭다. 사랑, 그리움, 열정, 고독, 조국을 향한 애정 등 그의 음악 인생을 대표하는 주제들로 선곡됐다. 비제 ‘카르멘’을 토대로 한국 작곡가 김택수가 편곡한 ‘집시 카르멘’을 비롯해 발프의 ‘나는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벨리니의 ‘정결한 여신’, 앤드루 로이드 웨버 뮤지컬 메들리 등 다채로운 곡들이 수록됐다.

또 조국 평화의 염원을 담은 ‘통일의 노래’가 특별 트랙으로 수록됐다. 그는 이 곡을 수록한 이유에 대해 “3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면서 항상 ‘밖’에 있었기 때문에 조국의 시대적 상황과 변화가 늘 최고의 관심사였다”며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해마다 원숙해지고, 여유로워지는 조수미의 아름다운 음색이 두드러진다.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교에 평소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이들도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대중적인’ 앨범이다. 녹음 작업은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 홀에서 진행했으며, 온드레이 레나르드 지휘의 프라하 필하모니아와 호흡을 맞췄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김지윤, 테너 조정기, 바리톤 한명원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조수미는 앨범 발매와 함께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의 음악 인생을 들을 수 있다. 차세대 파바로티로 불리는 테너 조셉 칼레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이 참가해 무대를 빛낸다.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