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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ge]뮤지컬 ‘캣츠’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의 3人 3色
30년간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캣츠’가 돌아온다. ‘캣츠’는 40여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등장해 고양이의 개성 넘치는 모습과 그들의 삶을 그린 작품. 고양이 특수분장, 화려한 군무로 유명한 ‘뮤지컬의 고전’이다. 거기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과 ‘고양이’를 ‘인간’에 빗대 표현한 인생의 질곡, 죽음, 구원을 그린 철학적인 내용을 담았다.

냉소적인, 낭만적인, 비판적인, 신비로운, 멋쟁이 고양이. 그 외 40여 종 캐릭터 고양이 중, ‘캣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리자벨라’다. 그는 한때 화려한 위용을 자랑했지만, 이제 볼품없어진 한물간 고양이다. 출연 빈도와 대사량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극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낸 곡 ‘메모리(memory)’를 부르며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한다. 오는 17일부터 시작하는 서울 공연에는 한국의 대표 디바 인순이(54)를 비롯해 관록의 뮤지컬 배우 박해미(47), 젊지만 출중한 연기력의 배우 홍지민(38)이 트리플 캐스팅돼 그리자벨라의 3색 매력을 표현한다. 3명의 배우와 각각 전화 인터뷰했다.


▶50대, 열정의 슈퍼 디바 인순이=우여곡절 많았던 인생사. 파워풀한 가창력의 국내 최고 디바로 인정받는 인순이가 2009년 뮤지컬 ‘시카고’ 이후, ‘캣츠’에 도전한다.

인순이가 표현하는 그리자벨라는 연륜에서 나오는 남다른 깊이와 진솔함, 실력파 디바의 소름 끼치는 가창력이 감상 포인트다.

그는 젊은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 인생의 갖은 고난을 거쳐 그 끝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을 표현하기 좋은 배우다. 인순이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그리자벨라는 한때 잘나가던 매혹적인 고양이지만, 이제 병들고, 인기가 시들해졌고, 늙어갔다. 격정의 세월을 거쳐 막바지에 다다른 그는 인생을 놓을 줄 아는 단계에 올랐다. 머지않아 내 미래 모습이라는 생각이 스쳐서 섬뜩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뮤지컬 ‘캣츠’의 매력으로는 화려한 고양이 분장과 군무 등 볼거리 등이 부각됐지만, 사실 이 작품은 고양이의 세계를 통해 인간 삶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그렸다. 인순이는 “고양이들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작품은 고양이를 통해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용서, 치유, 화해 등의 과정을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그의 장기는 파워풀한 가창력. 극의 핵심 트랙이자 그리자벨라의 모든 매력을 뿜어내는 곡 ‘메모리’를 부르는 장면은 인순이의 필살기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노래하는 건 자신 있는데, 그리자벨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소리를 절제하는 건 쉽지 않아요. 원래 가성을 써야 하는 부분을 저는 육성으로 노래하죠. 아마 매우 색다른 그리자벨라가 나올 겁니다.”

끝으로 그는 “‘햇살, 나에게 비춰줘요. 다시 시작해요. 포기할 수 없어요. (중략) 추억 속에 남을거야’라는 대목이 너무 좋다”며 직접 노래를 들려주며 무대의 감동을 예고했다.

▶40대, 관록의 배우 박해미=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 박해미는 기존 그의 개성과 더해진 색다른 그리자벨라를 창조한다. 뮤지컬계를 종횡무진 누벼온 그의 관록이 이 캐릭터와 만나, 그야말로 새로운 그리자벨라다. 박해미는 이 역할에 대해 “많은 분이 생각하는 대로 늙고 병들어 초라해진 그리자벨라는 알코올홀릭이나 창녀 고양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리자벨라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늙고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 화해, 용서, 죽음, 구원 등을 되새김질하게 된다”고 말했다.

늙고 병들어 고향을 찾는 그리자벨라에게 다른 고양이들은 손가락질하며 배척한다. 뒤에서 수군거리고 등을 돌리다, 그리자벨라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는 이렇게 늙고 병들었어” 자백할 때 그제서야 동료 고양이들은 따스하게 감싸 안아준다. 박해미는 이 장면을 통해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쉼 없이 힘들게 달려온 (내) 삶을 위로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극의 주제를 담고 있는 곡 ‘메모리’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메모리’는 ‘극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예요. 주제를 노래로 풀어내야 하죠. 관객들이 곡의 선율보다 메시지를 하나 하나 곱씹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아름답고 부드럽게 불러야 하는데 곡의 분위기와 제 목소리가 잘 안 맞아서 그걸 어떻게 맞출까 고민 중이에요.”

▶30대, 짙은 감성의 실력파 홍지민=“마냥 외롭고 고독한 게 아니라, 겉으로는 자존감을 갖고 있으면서 쓸쓸한 내면을 드러내야 해서 표현이 어려운 캐릭터예요.”

홍지민의 그리자벨라는 보다 감성적이고 촉촉하다. 그는 매일 연습 때마다 그리자벨라 역에 몰입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여배우의 삶이 떠올랐어요. 한때 화려했지만 한순간 빛 바래는 배우들의 삶을 떠올리게 하죠. 배우로서 삶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이 됐어요.”

아직 젊은 30대의 여배우가 이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특유의 감성 연기가 장점인 홍지민은 깊은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그리자벨라에 적격이다. 몸짓 하나 하나에 애절함을 실어 넣어 감성을 자극한다.

그는 고양이를 연기하기 위해 고양이만 모아둔 동영상을 챙겨봤다. 고양이가 어떤 소리를 들으면, 귀가 쫑긋 선다거나 사물을 볼 땐 정면이 아닌 곁눈질로 쳐다본다는 것 등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고양이를 몸에 익혔다.

최고난도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홍지민은 “처음엔 어렵지 않은 안무라고 생각했지만, 캣츠의 안무는 역대 최고다. 무용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는 소화하기 어려운 테크닉으로 가득한 안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뮤지컬 배우 외에도 국립발레단 발레리노와 정상급 댄서 등이 합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순이, 박해미와 마찬가지로 홍지민도 ‘메모리’를 어떻게 부를까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높은 음역대와 부드럽고 힘 있는 가성, 한 곡에 온갖 감정이 다 드러나야 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어려운 도전이다. “워낙 알려진 곡이라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욕구에 빠지는데, 노래가 아닌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하고 싶은 연기를 노랫말로 표현하는 거죠.”

◇뮤지컬 ‘캣츠’=9월 17일~12월 31일, 샤롯데씨어터, 1577-3363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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