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호감 주려면
비슷한 행동 유유상종 전략을
칭찬·비판 등 인간관계
컴퓨터 활용 27가지 실험
막연한 통념 과학적 검증
한때 끈끈한 동지에서 하루아침에 원수로 변하는 인간관계를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민에 빠진다. 어떤 사람을 가려 만나고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클리포드 나스에겐 모든 문제의 근본이랄 인간관계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의 전공은 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즉 사회적 행위자로서의 컴퓨터 분야 권위자다. 그가 27개의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결과는 인간이나 기계나 상호작용할 때의 태도나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칭찬과 비판, 성격, 팀 빌딩, 감정, 설득 등 인간관계의 범주를 다섯 가지로 나누고 18개의 키워드를 뽑아 겸손의 미덕이나 긍정의 힘 등 우리가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통념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나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일까?
클리포드 교수는 실험집단을 셋으로 나눠 스무고개 질문을 던지고 컴퓨터가 아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집단에는 컴퓨터가 매우 우수한 프로그램에 바탕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두 번재 집단은 평가소프트웨어가 설치되지 않아 무작위로 평가를 내린다고 들려준다. 세 번째는 고장이 났으니 무시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두 번째 집단이다. 단순히 컴퓨터가 무작위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컴퓨터 호감도 조사에서 매우 호의적이었다. 즉 칭찬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사회적 규칙과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한 비판 실험도 시사적이다. 피실험자들은 근거 없는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지 않았다. 즉 잘못된 비난을 받아들일 때나 평가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때나 피실험자들의 반응에는 차이가 없었다. 반면 지적이 정확할 경우엔 달랐다.
그렇다면 칭찬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판적인 내용을 먼저하고 칭찬으로 마무리하면 좋다. 우리의 뇌와 신체는 비판을 받으면 전면적인 경계태세에 돌입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향상된다. 이때 기억시키고자 하는 정보를 제시해야만 더 효과적이다.
성격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느 문화권이든 모든 사람은 두 가지 개념, 유의성과 각성으로 수렴된다고 클리포드 교수는 말한다. ‘목표를 얼마나 잘 이루고 있는가’‘목표를 이루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가’(유의성)와 ‘나는 얼마나 만족하는가’‘나는 얼마나 흥분하는가’(각성)이다. |
클리포드는 이 경우도 단순하다고 말한다. 우선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저자는 유유상종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한다. 누군가 비슷한 행동을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면서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성격이 나와 다르다면 그에 맞춰주는 것만으로 호감을 살 수 있다. 상대방에게 맞춰준다는 건 암묵적으로 당신이 옳다는 무언의 칭찬이기 때문이다. 즉 아부란 능력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아주 확실한 사회적 전략인 것이다.
저자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의 복잡한 유형도 그는 4개 카테고리로 단순화시켜 보여준다. 타인의 감정상태를 정확히 이해하면 적절한 대응법을 구사하는 게 가능해진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우울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힘내!”라고 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의 감정과 충돌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 공감할 수 없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감정상태의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는데도 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전문가 같은 호칭을 신뢰한다.
전문가 TV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같은 프로그램을 일반TV와 전문TV란 이름이 붙은 TV로 봤을때, 시청자들은 전문TV에서 본 걸 더 신뢰했다. 심지어 화질도 더 좋다는 평가를 보였다. 전문가라고 부르는 순간, 전문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의 다양한 실험들은 인간관계가 어떤 원초적인 감정들로 움직이는가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의 실험결과들이 보여주는 것은 뇌는 단순한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진화론적으로 그렇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낯선 것, 머리를 쓰는 것, 에너지를 쓰는 걸 싫어한다. 뇌가 싫어하는 일을 피하면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