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으로 현재 5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 중에 있으며 외국인 투자 절차도 중남미에서 가장 간편한 나라이다. 

모든 것이 개방된 만큼 칠레인들의 성격 또한 매우 개방적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못하다. 의외로 보수적인 구석이 많다. 현지에서 수출진흥 업무를 하다보면 칠레 바이어들이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고 품질도 좋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바이어들은 쉽게 수입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칠레인들의 성향 때문인 것이다.

현지에서 사업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다. 칠레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가 수년간 적자만 보다가 3,4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현재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들의 경우 하나 같이 이렇게 말한다. 처음 개업하고 나서는 칠레인들이 생소한 곳이라고 발길을 들이지 않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니 차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단골 손님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출장을 와서 현지 업체들과 면담을 하면서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이 있다. 서로 처음 만났고 아직 거래가 시작된 것도 없는데 다짜고짜 칠레 독점권을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바이어들 입장은 보수적인 칠레인들한테 새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장기간의 마케팅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독점권을 주지 않을 경우 본인들이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의 특성을 아는 사람한테야 맞는 말이겠지만 처음 오는 한국 출장자들한테는 어의가 없게 들릴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국가인 칠레에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칠레인들의 성향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처음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수출에 성공하면 수년간 거래가 지속된다. 수년간 칠레 시장 문을 두드린 우리나라의 가축성장 촉진제 생산업체는 3년간 실적이 전무했다가 2년 전부터는 매월 컨테이너를 칠레로 선적하고 있다. 처음 시장 개척하기가 어려웠던 만큼 향후 후발 경쟁자들이 칠레 시장으로 진입하기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유명 주방용품 업체가 칠레 진출에 시동을 걸고 KOTRA 산티아고 KBC에 도움을 청해왔다. 칠레가 세계적인 개방국가인 만큼 현재까지 법인설립 등의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진행되었다. 문제는 이제 부터이다. 앞으로 보수적인 칠레인들에게 어떻게 하루빨리 제품을 알리고 매출을 많이 올려 하루 빨리 흑자전환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칠레인들의 성향으로 봤을 때 단기간 내에 대박은 기대가 어렵더라도 결국 우리 제품이 칠레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산티아고 KBC 서정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