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다. 시 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가 아직 다듬어지지도 않은 조례 초안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거론하기에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핵심 당사자 격인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자칫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학생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온 까닭이 궁금하다. 인권 이미지를 내세워 곽 교육감에 대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보겠다는 얄팍한 물 타기 시도는 아닌지 미심쩍다. 교육감직을 내놓아야 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못 박기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 시 교육청은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항을 추진하는 과정일 뿐이라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곽 교육감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라면 우선 접어놓고 그가 개인 신상 문제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들고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조례에 담고 있는 내용이다. 과도한 학생 권리 부여로 교권 추락 등 ‘교실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중고등학교마저 정치 바람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내 집회 허용이 걸린다. 집회 시간과 장소 등을 학교에 자체적으로 맡긴다지만 민감한 사회 이슈마다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복장ㆍ두발 규제 금지와 휴대전화 소지 허용 항목은 학습 분위기 저해와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 또 다른 학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전에도 두발과 복장 규제를 풀어보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다. 더욱이 이런 세부 규칙들을 학생과 교사가 협의해 정하라는 것은 생색은 교육감이 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학내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학생 권리만 강조했지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없다면 부작용 발생은 분명하다.
학생 인권도 당연히 헌법 정신에 따라 보장받고 신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모든 교육적 제한이나 규칙을 철폐하려는 시도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또 하나의 교육 포퓰리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더 정치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특정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좌지우지할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 시행에 얽매이지 말고 더 많은 여론을 수렴하고 신중히 채택하기 바란다. 서두를수록 교육현장의 혼란과 부작용만 더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