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잉·티엔위안 시집 국내발간
독특한 이력으로 글로벌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 시인 티엔 위안(46)과 뤄잉(55)의 시집이 동시에 국내에서 발간됐다.중국 부동산 리조트 산업계 큰손인 황누보(예명; 뤄잉) 중쿤그룹 회장의 ‘작은 토끼’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 문학상인 ‘H씨 상’을 수상한 티엔 위안의 ‘돌의 기억’이 자음과모음에서 나왔다.
티엔 위안은 현재 일본 센다이 도호쿠대 중문학과 교수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해 양국에 시편을 발표하며 시문학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뤄잉 회장은 특히 한ㆍ중ㆍ일 시교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활동하고 있는 CEO이자 시인으로 둘은 2011 아시아 시 페스티벌 참석과 시집 발간을 겸해 내한했다.
뤄잉의 시집 ‘작은 토끼’는 급속한 산업화, 세계화를 겪으면서 인간의 노동 가치가 떨어지고, 쉽게 통제되고 버려지는 존재를 빗댄 것. 뤄잉은 “그런 사람 같지 않은 토끼도 사람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티엔 위안(왼쪽)과 뤄잉. |
시적 상상력보다 사유에 가까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뤄잉은 ‘작은 토끼’에서 도시 유랑자의 시각으로 도시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그의 시들은 소멸, 모살, 사라짐 등이 중심시어로 채택된다. 빠른 변화가 만들어낸 풍경 속에서 상실의 실체를 찾으려는 반성적 사유다. 거기에 상실의 아픔은 있지만 진하진 않다. 뤄잉은 ‘시작 단상’에서 “내 시는 도시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사회의 양심에 대한 호소이자 갈망이며 인생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밝혔다.
티엔 위안의 ‘돌의 기억’은 작품선집으로 한자어를 모국어로 한 시인이 일본어로 쓴 시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읽는 맛이 좀 색다르다.
티엔은 ‘시인의 말’에서 “일본어는 기모노를 입고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일본 소녀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어의 부드러움 속에 딱딱함, 즉 일본 특유의 견고함이 있다”고 말한다. 시들은 가벼운 듯 화려한 수사와 한자의 의미두께가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