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좋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주변에 널려있는게 남자들이라 호기로웠던 20대의 그녀, 일에 한창 재미를 붙이며 더욱 화려해지고 도도해진 30대의 알파걸, 30대 후반을 넘기면서 그녀들은 이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알던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스탠퍼드 의대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 고틀립은 외모로도 지적으로도 매력있는 여성들이 그토록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어하는데도 늦은 나이까지 싱글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나선다.
예전의 그녀 역시 로맨틱하고 똑똑하고 잘 생긴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영원한 행복으로 이끌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마흔줄에 접어든 로리 고틀립은 정자은행을 통해 낳은 네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며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 남자랑 결혼해’(원제;Marry Him/솟을북 펴냄)는 세상 모든 싱글녀들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뼈아픈 깨달음이다.
로리는 20대 여성그룹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싱글여성그룹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좋은 남자를 찾는 게 왜 이리 힘든 걸까?"
20대 여성들은 지루한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외로움을 택하겠다며 단호하다.
이에 매력적인 30대 후반 소아과 의사의 답변은 허를 찌른다. "백마 탄 왕자를 찾겠다고 버티다보면, 조만간 외로움과 지루함을 둘 다 느끼게 될 거에요. 일하는 것도 예전처럼 신나지 않고, 여자들과의 술자리도 시들해지고, 휴일에는 아이달고 나온 결혼한 친구들과 어울리겠죠. 그러다 자신은 아직도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테고요."
단지 ’목소리가 마음에 안들어서’,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서’,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서’, ’문화적 소양이 달라서’...등 온갖 이유로 남자를 밀어냈던 30대후반의 여자들의 기준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약물중독, 성질이 고약하거나 모진 사람, 직업이 없는 사람, 무책임한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좋은 아빠가 못 될 것 같은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여자들이 바로 그 여자들이 내친 그 남자와 결혼했을까.
결혼에 성공한 여자들은 로맨스에 대한 정의가 달랐다.
저자는 지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여성들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인지 꼼꼼히 체크해나간다. 그 다음 타겟은 극소수의 좋은 남자들은 있는가이다.
저자는 자료조사를 위해 25세에서 40세까지 싱글남자를 찾는다는 이메일을 대량으로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한다. 2주 뒤에 다시 싱글의 정의를 여자 친구가 있어도 상관없고 결혼만 하지 않았으면 된다고 확대하고 난 뒤에야 싱글남성그룹을 만났다.
"여자들은 왜 좋은 남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할까?"
이들의 대답은 좋은 남자들은 많은데 여자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29세 교수인 한 남자는 패션감각이 없어서 차였다. 32세 동료교수는 여자들은 쉽게 잡을 수 있는 남자를 안 좋아하는가 보다고 말한다. 변호사와 데이트중인 35세 스티브는 스스로를 아주 대단하게 여기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30대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힘의 균형이 남자에게로 변하기때문이다.
남자가 말하는 남자의 진실도 털어놓는다.
남자가 결혼을 결심할 때엔 여자들처럼 시시콜콜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그 여자와 같이 살고 싶은가 아닌가, 둘 중 하나라는 것.
또 남자들도 여자들 만큼 결혼하고 싶어한다. 남자가 핑계를 댈 때는 그 여자와 결혼할 마음이 없는거다. 남자들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면 그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결혼공포증’이 있는 줄 알았던 남자 친구가 헤어진 지 1년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여자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건 운명이구나’라는 건 있는 걸까.
캐나다의 인간관계 전문가 다이앤 흘름버그 교수에 따르면, 첫눈에 운명임을 알았다는 주변의 이야기들은 정확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가령 처음 만난 남자가 나와 마찬가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초콜릿칩 쿠키를 아침으로 먹는다는 것을 알고 "참 이상하죠? 우린 운명인가봐요!"라며 흥분하지만 그건 천생연분이라기 보다 그냥 식사습관이 똑같이 한심하다는 의미일 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이앤이 결혼한 커플들을 대상으로 각각 결혼 첫해, 3년째, 7년째에 그들이 초창기 연애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들의 이야기가 매번 똑같지 않다는 사실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는 말이다.
많은 자료와 면담 결과를 통해 로리 고틀립이 들려주는 얘기는 ’여성들이여,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면 백마탄 왕자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상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이상형 리스트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타협이나 안주가 아니라,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