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계절이다. 끓어오르는 무더위에 잠잠했던 무용계가 굵직한 작품을 하나 둘 내놨다. 서울세계무용축제를 비롯해 해외 유명 안무가의 초청공연, 새로운 형식의 파격을 곁들인 무대까지 가을에 펼쳐지는 몸짓의 대향연을 즐겨보자.
▶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 도심 곳곳에서 18일간의 ‘춤여행’이 펼쳐진다. 올해 14회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ㆍ이하 시댄스)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예술의전당과 호암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17개국 51개 단체가 선보이는 50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축제의 개막작은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 독일 자를란트주립발레단이 돈론댄스컴퍼니의 안무에 맞춰 공연한다.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그의 삶과 예술, 사랑과 방황, 고통과 열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푸른 집’은 말린 꽃ㆍ나비ㆍ책ㆍ인형ㆍ그림 등 멕시코의 전통적 색채가 가득한 곳으로, 실제 칼로의 정신적 피난처를 상징한다.
▶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 도심 곳곳에서 18일간의 ‘춤여행’이 펼쳐진다. 올해 14회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ㆍ이하 시댄스)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예술의전당과 호암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17개국 51개 단체가 선보이는 50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축제의 개막작은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 독일 자를란트주립발레단이 돈론댄스컴퍼니의 안무에 맞춰 공연한다.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그의 삶과 예술, 사랑과 방황, 고통과 열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푸른 집’은 말린 꽃ㆍ나비ㆍ책ㆍ인형ㆍ그림 등 멕시코의 전통적 색채가 가득한 곳으로, 실제 칼로의 정신적 피난처를 상징한다.
칼로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4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안무가 마거리트 돈론은 “비밀을 숨기는 사람이라는 뜻의 ‘위대한 은폐자’라고도 불린 프리다는 강한 동시에 약했다. 그녀의 가면 뒤의 모습을 해석, 다면적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29~30일ㆍ서강대학교 메리홀)
독일 올덴부르크무용단의 작품 ‘No.8’도 주목할 만하다. 순환과 영원의 수, 숫자 8에 담긴 의미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시바의 팔이 왜 여덟 개인지, 창조의 제8요일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등 숫자 8이 지닌 비밀을 찾아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안무는 최근 세계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노르웨이 출신의 크리스텔 요하네센이 맡았다.(10월 2일ㆍ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그 밖에 루마니아,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3개국의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줄 ‘동유럽 포커스’, 아일랜드 음악의 깊은 감성과 개성을 3명의 안무가가 우리 춤으로 풀어낸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 거리문화를 대표하는 비보이와 순수예술로 분류되는 현대무용을 결합한 ‘힙합의 진화 V’ 등 다양한 작품이 축제를 장식한다. (02)3216-1185ㆍwww.sidance.org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국립발레단의 몸짓이 서울시향의 음악과 결합했다.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두 단체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제안을 정명훈 감독이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작품은 클래식 발레의 문법을 뛰어넘은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ㆍ김주원ㆍ이동훈 등이 총집결했고, 객원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가 합류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들려주는 발레 음악이다.
정 감독은 “원래 발레 음악 지휘는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립발레단의 놀라운 기량 상승에 일종의 공감대가 생겼다”며 “우리 오케스트라와 국립발레단이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눈으로 보는 발레’ 그 이상의 ‘귀로 듣는 발레’다. 무용수의 에로틱하며 농밀한 감성연기에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더해져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모두가 다 아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새로운 해석도 기대할 만하다.
줄리엣을 맡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은 “기존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통적인 해석과 다른 작품”이라며 “줄리엣을 더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10월 27~30일ㆍ예술의전당)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발레단=스페인 국립 플라멩코발레단(BNE)이 오는 10월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무대를 갖는다. BNE는 나초 두아토가 이끌었던 현대 무용의 스페인 국립무용단(CND)과 함께 양대 국립 무용단이다. 세계적 슈퍼스타 호아킨 코르테스를 비롯해 안토니오 카날레스, 안토니오 마르케스, 에바 예르바부에나, 아이다 고메즈 등 플라멩코 대가거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번 공연은 40여명의 무용수가 관능적인 몸짓과 정열의 기타 선율이 어우러진 플라멩코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Dualia’는 격정적이고 우아하며, 관능적인 남녀 무용수의 듀오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2부 ‘La Leyenda (The Legend)’는 20세기 플라멩코의 전설적인 댄서 카르멘 아마야에게 헌정된 작품. BNE의 대표 레퍼토리로, ‘집시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아마야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을 다룬 작품이다.
LG아트센터 측은 “춤과 노래, 기타 반주의 세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된 정통 플라멩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10월 6~9일ㆍLG아트센터)
▶아크람 칸의 ‘버티칼 로드’=영국의 혁신적인 안무가 아크람 칸도 최신작 ‘버티컬 로드(Vertical Road)’로 한국을 찾는다.
칸은 2007년 실비 길렘과 공연했던 ‘신성한 괴물들’, 2009년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공연했던 ‘in-i’로, 전 세계적 화제를 모은 안무가. 인도 전통무용인 카탁의 유명 지도자인 프라탑 파와르를 사사했다.
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한 그는 전통무용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움을 주제로 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했다.
그가 한국에 첫선을 보일 ‘버티컬 로드’는 다시 ‘순수한 춤으로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칸은 이 작품을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이 말하는, 인간이 사후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vertical ascension)’을 인간의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는 “기술 중심의 현대사회를 ‘수평적인 길’로 규정하고, 현대사회에 매몰돼 노예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진실과 깨우침을 얻기 위해 겪는 과정을 ‘수직적인 길’로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죽음 뒤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기억을 따라 삶의 여러 단계를 거쳐가는 한 여행자의 여정이 담겨 있다. 궁극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간의 고통스럽고도 본능적인 몸부림을 역동적인 안무로 펼쳐보인다.(30일~10월 1일ㆍLG아트센터)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