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시교육청이 14개월 만에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섰다.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이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교육감 직을 내려놓는 경우가 이번이 세 번째다. 무엇보다 132만 학생의 사표(師表)가 돼야 할 서울시교육감이 툭하면 구속되는 우리 교육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곽 교육감의 구속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념 성향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 본인은 선의를 주장하나 사퇴한 경쟁 후보에게 2억원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무 큰 액수다. 법적 최종 판단은 사법부 몫이지만 교육자적 양심과 도덕성에 심대한 흠집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현란한 말 장난으로 회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곽 교육감의 구속으로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최근 교내 집회 허용과 두발ㆍ교복 자율화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2학기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하려던 무상급식도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논의할 시장과 교육감이 모두 공석이라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형 혁신학교, 고교선택제 등도 제대로 진척이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 같은 파행의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만으로도 곽 교육감은 이미 자격을 상실했으며 즉각 사퇴만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곽 교육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권원(權原), 비진의(非眞意), 긴급부조 등 법률용어와 멍에, 십자가, 우정 등 법학자의 알량한 수사(修辭)로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고 한다.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리자 사안을 흐리고 물 타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지만 그보다는 학생들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교육감임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걸맞은 처신을 했어야 마땅했다.
곽 교육감이 구속 집행정지, 보석 등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업무 복귀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가 교육감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이미 권위와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다. 박명기 교수(구속)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고, 구속까지 된 상황이라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 지금이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교육자적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