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전임 노무현 정권의 ‘위원회 공화국’ ‘낙하산ㆍ보은 인사’를 답습하는 이명박 정부 행태가 참으로 딱하다. ‘내 식구’ 챙기기 위원회를 우후죽순처럼 늘리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한나라당 당직자ㆍ청와대 비서관ㆍ대통령직 인수위ㆍTK 및 영남대 출신 등 특정 인맥의 낙하산 인사를 계속한다. 국민 시선도 거리낌 없는 배짱이 놀랍다.
MB정부는 지난해 431개 위원회를 371개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499개로 늘렸다. 임기 말 10개월 동안 163개 위원회를 새로 만든 노무현 정권 악습을 쏙 빼닮았다. 지난해 회의를 한 번도 안 연 위원회가 3분의 1에 이르는데도 그렇다. 고위 관료의 책임회피와 2007년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 인사가 어우러진 결과다. 세금 낭비를 막고 공무원의 책임행정을 위해서라도 ‘짝퉁 위원회’를 당장 정리해야 한다. 노 정권을 위원회 공화국으로 몰아쳤던 게 누구인가. 말로만 공직기강 확립은 자기 발등 찍기다.
또한 정부는 작년부터 지난 8월까지 공기업 사장과 감사의 75%를 정치권과 청와대, 정부 출신 등 낙하산 인사로 채웠다. ‘공정사회 구현’ ‘전관예우 근절’은 시늉뿐이고 오로지 정권 실세와 학연, 지연, 대선 당시의 논공행상에 급급, 최소한의 인사 원칙과 기준마저 무력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멋대로다.
이미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ㆍ정책홍보비서관ㆍ국민권익비서관 등이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업무 연관성이 적은 공기업 사장과 감사 자리를 꿰찼다. 경영평가 1위의 한전 자회사 사장은 갈아치우면서 노사분규까지 겪은 특정학교 출신 CEO는 연임시킨 억지도 있다. 10년 전 공직을 떠난 ‘올드보이 귀환’ 역시 대선 캠프나 특정 학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니 대통령의 국정 장악에 힘이 실릴 리 없다.
금년은 물론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엔 총선 낙천ㆍ낙선자 중심의 자리 쟁탈전이 더 치열할 것이다. 청와대는 권력누수와 민심이반이 하늘을 뒤덮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 공직사회 고삐를 죌 생각이라면 시늉내기 공모제 대신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과 내부 출신을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 선진화도 도모할 수 있다. 정치적 보은 인사에 연연할수록 레임덕은 빨라지고 정권 재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