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작된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고 생산성이 낮을 전망이다. 애초 국민들은 정치권에 실망하고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또 한 번 실망을 보태고 끝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 핵심에는 여당의 무능과 야당의 무한투쟁이 견고하게 서로 물려 있다. 여당은 중요한 국정 현안에 대한 포괄적 이해나 종합적 구상도 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설익은 인기정책을 남발하며 야당 뒷북을 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은 정권투쟁 최우선 전략으로 각종 선심정책을 양산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헤게모니를 주도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 뜬금없이 나타난 ‘안철수 열기(安風)’나 그에 따른 일련의 정치적 해프닝들은 얼핏 기성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역풍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현 집권층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정치적 거부의 연속적 신드롬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야당은 이번 마지막 국감을 정권인수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산적한 정치적 경제사회적 호재들을 동원해 총공세를 벌일 태세다. 특히 다음 달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선을 잡고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까지 공세를 가열할 것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야당이 ‘끝장국감’을 공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여당의 방어 능력에 대한 관심보다 이 같은 정치 공방의 과열로 주요 국정과제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번 국회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과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의 임명 동의 및 선임안 등 주요 국정과제는 물론 물가, 전세난, 가계부채, 저축은행 등 시급한 민생 관련 의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자칫 국회가 정쟁 편향으로 기울면 정작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민생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적 과제나 긴급한 현안들은 성숙한 정치력으로 시의를 그르치지 말고 결정해야 한다. 지루한 정치공방으로 나라의 신용등급마저 떨어뜨린 미국 국회의 최근 실패는 큰 교훈이다. 한ㆍ미 FTA는 미국 의회와 속도를 맞춰 지체 없이 처리하고 대법원장,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를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여당은 국정책임자로서, 야당은 국정동반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본분을 지켜야 한다. 이런 중요한 국정의제들은 정쟁의 도구나 볼모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