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봇짐이 대롱대롱 매달린 자전거, 탑처럼 쌓인 양은 반찬통…. 인도 출신의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는 이 같은 작품으로 고단한 인도 기층민의 삶을 강렬하게 표현해 전 세계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그를 서구 보다 먼저 알아본 게 바로 한국의 아라리오(ARARIO) 갤러리다. 아라리오 갤러리를 이끄는 아라리오그룹의 김창일 회장은 수보드 굽타가 스타덤에 오르기 전에 그를 눈여겨 보고 전속계약(아시아지역 관할)을 맺었다. 그리고 꾸준히 그의 작업을 국내 및 해외에 소개해왔다.
2002년 개관 이래 우리 미술계에 다양한 결을 불어넣고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서울 청담동에 또 하나의 거점을 꾸몄다. 한국의 두 도시(천안, 서울)와 중국 베이징에 갤러리를 두고 의욕적으로 미술문화사업을 전개해온 아라리오는 20일 문화와 패션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 청담동에 새 공간(옛 카이스갤러리 자리로, 현재 매일유업이 소유한 빌딩)을 오픈했다. 아라리오는 청담점을 한국, 중국, 인도, 동남아 작가들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뜨거운 예술의 발신지’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김창일 회장은 “그동안 청담동 화랑가에선 잘 팔리는 상업미술이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실험적이며 파워풀한 예술을 소개해 강남의 미술메카로 키울 것”이라며 "큰 스케일과 도전정신을 갖춘 압도적인 작업은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즉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한국의 스타급 작가와 중국 및 인도,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의 괄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아시아 현대미술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갖춘 아라리오의 특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라리오 청담은 개관전시로 ‘Artists with Arario 2011(AA 11)’이라는 타이틀로 아라리오 갤러리와 함께 성장해온 국내외 대표 9명 작가의 작업을 선보인다. AA 11전은 지난해 봄 천안과 서울서 개최했던 ‘Artists with Arario’의 후속타이자, 아라리오의 색채를 보여주는 대규모 대표 그룹전이다. 아라리오가 보유한 작가들의 혁신적인 작업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일종의 간판 전시인 셈이다. 이번 AA 11전은 개관전인 1부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2, 3부로 이어지며 30여명에 이르는 국내외 아라리오 작가들의 육성을 다이나믹하게 들려주게 된다.
1부 초대 작가 중 한국 작가로는 극사실적 회화로 아시아에서 명성이 높은 강형구와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권오상이 선정됐다. 권오상은 기존 작업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한결 풍부한 조형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내놓았다.
또 정지된 조각에서 ‘움직임’을 보여주는 조각가 김인배, 꿈틀대는 괴물이 끝없이 이어지는 ‘몬스터 드로잉’의 작가 이승애의 진일보한 신작도 볼 수 있다.
해외 작가로는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인도인의 내면을 압축해내는 수보드 굽타를 필두로, 인도의 떠오르는 샛별인 지티쉬 칼랏과 날리리 말라니가 참여했다. 두 작가 또한 굽타에 필적하는 역량을 보이는 것이 공통점.
이밖에 전통적인 회화에 털실과 레이스를 늘어뜨려 입체감을 강조하는 필리핀의 여성작가 제럴딘 하비엘도 작품을 내놓았다. 일본 작가로는 최근 도쿄현대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인전을 마친 코헤이 나와가 크고 작은 크리스털 구슬로 만든 조각을 들고 참여했다. (02)541-5702 <<보다 자세한 소식은 모바일 앱 ‘아트데이(artday)’를 참조하세요>>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