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가 21일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기존 정당정치를 넘어 시민단체 중심의 제3 정치세력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다시 말해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설립 등 시민운동에 오래 몸담아온 비정치권 재야인사의 등장이 서울시장 후보군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배경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가 좌파 쪽이라면 그 대칭에 선 이석연 변호사의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 이 변호사 역시 경제정의실천연합을 주도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박 변호사가 범야권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면, 이 변호사는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정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정치권의 질서 변화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케 한다.
실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행태는 꼴불견 아닌가. 한나라당은 박 변호사가 부상하자, 부랴부랴 이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내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장외 통합 경선은 없다”며 태도를 돌변했다. 원칙도 줏대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당리당략에 따라 흔들리는 오합지졸 모습이다. 민주당 역시 우왕좌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르겠다며 4명의 당내 후보자를 내세웠지만 누가 봐도 들러리다. 이번뿐이 아니다. 제1야당이면서도 야권 통합 명분 때문에 각종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신뢰 상실은 대안세력을 나타나게 한다. 영국은 자유당이 몰락하자 노동조합단체 중심의 노동당이 등장, 집권세력으로 성장했다. 독일 녹색당은 기존 사민당을 대신해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최대 정치세력이 됐다. 정당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미련 없이 떠난다. 한국도 바야흐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가 너도나도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시민운동가가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시민단체들과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순수성을 의심받을 경우 더 이상 시민운동은 힘을 내기 어렵다는 폐를 끼친다. 개인의 권력화 도구로 시민단체를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상대가 누구든 시민단체는 추상 같은 권력의 감시자로 남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