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4대강 및 여수엑스포 사업을 뺀 2012년도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예산을 올해 21조원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잠정 결정했다. 겉으로는 복지 등 친서민 예산 확대와 균형재정을 외치면서 대기업 수혜가 집중되는 토목ㆍ건설 예산을 또 확대한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 명분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성격이 짙다.
MB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호남선 고속철도 등 국가 기간교통망 투자에 올해보다 무려 33.9%나 늘어난 2조7414억원을 배정한 것은 그동안 홀대한 호남 민심을 사로잡으려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원주~강릉 복선철도 등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5686억원(16.8% 증가) 투입 결정도 야권으로 쏠린 강원 정서를 되돌리려는 고육책이랄 수 있다. 대형 토건사업이 해당 지역에 나눠주는 ‘떡고물’이 예전 같지 않아 예상대로 지역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특히 평창올림픽 관련 과잉투자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국토해양부는 인천공항~평창 고속철도 , 곤지암~원주 제2영동고속도로 등 향후 5년간 영동권 6조7000억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인천에서 올림픽 주 무대인 대관령 알펜시아까지 KTX 60분대 주파에 앞서 대회가 끝나는 ‘2018년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국민 1인당 356만엔 부채, 10억달러 적자 등에 시달리는 1998년 일본 나가노,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올림픽에 편승한 ‘영동권 교통천국’ 환상보다 꼼꼼한 흑자 전략이 먼저다. 불가피하다면 중앙정부 재정투입 대신 민자유치로 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 표심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토건 사업보다 서민 복지를 우선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은 보육ㆍ급식ㆍ의료ㆍ대학등록금 등 국민들의 복지 요구가 거세진 시대 아닌가. 그렇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SOC 투자 10% 추가 축소”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60% 세출 구조조정과 40% 세입 증대의 이른바 ‘6 대 4’ 구상도 일리가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봇물 터진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증세나 감세 철회로 세입을 늘리거나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 정치적 예산편성은 나라를 망친다.